Color in Music Festival 2025 리뷰
11월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개최된 은 장르를 넘어드는 초호화 라인업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음악이라면 남들 아는 정도도 겨우 아는 나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마음으로 응원하던 아티스트들 뿐이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쁜 스케줄로 점철된 달력을 비집고 하루를 하얗게 비워놓는 데 성공했다.
사실 뮤직 페스티벌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음악에는 워낙 문외한이고 그렇다 할 취향도 없기에 남들 따라 콘서트 한두 번을 가본 게 전부이다. 뮤직 페스티벌이라 하면 왠지 좀 즐길 줄 아는, 들을 줄 아는 에너지 넘치는 리스너들만의 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뜻 가볼 생각을 못 해본 것도 같다. 게다가 나에게 음악은 귀에 욱여넣은 작은 이어폰을 통해 내밀하게 흘러 들어오는 무형의 에너지일뿐, 누군가와 함께 즐길 것이 못 되었다. 바깥의 소음을 지우고 도시 한 가운데에서 내밀한 정신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차선책,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도구가 되어버린지 오래. 그게 세삼 아쉬웠다. 나도 어떤 음악들에 푹 젖어 있었던 때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으니.
그러나 유독 일상의 굴레에서 허덕일 때, 늦은 밤 집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길 때, 우연히 귀에 꽂힌 빛나는 멜로디가 단단한 마음에 조금의 균열을 낼 때가 있다. 하루종일 그걸 돌려 들으며 그때의 기분을 되찾고자 하지만 허락된 여유는 많지 않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이 멋진 음악을, 이 훌륭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내 빡빡한 일상과 메마른 감정에서 구해내야만 한다. 그런 경험을 더 자주 하고 싶다고.
그렇게 찾은 컬러 인 뮤직페스티벌. 초심자답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며 단단히 준비를 했다. 전날부터 동행하게 된 친구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든든히 점심을 먹은 후 공항철도에 올라탔다. 차창 밖으로 천천히 드러나는 인천 바다를 보며 짧은 여행을 떠난 기분에 마음도 들떴다. 베뉴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을 울리는 스피커의 고동과 밴드 세션의 화려한 음악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팔찌 입장권을 차며 어쩐지 갑옷을 두른 기분이 들었다. 오늘 나는 잠시 내 일상을 내려놓아 보겠다는, 음악을 음악 자체로 마주해보겠다는 다소 비장한 마음도 들었다.
처음 마주한 건 송소희의 무대였다. 쇼츠를 통해 바이럴된 노래 'Not a Dream'을 가장 기대하긴 했으나, 새로 발매한 미니앨범의 노래들도 하나 같이 독특하고 듣는 입장에서 황홀하기까지 했다. 독특한 창법과 목소리로 어디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무대를 선사해주었다. '사슴신'을 들으며 마치 원령공주 세계관으로 쓱 빨려들어 가는 듯한 신비로운 기분에 사로잡혔고, 'a blind runner'는 내 안에 묻어놓길 바빴던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단번에 해방시켜주는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Not a Dream'을 라이브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 송소희의 독보적인 음악적 행보를 팬으로서 계속 응원해가고 싶다.
또 기억에 남는 건 이찬혁의 무대이다. 사실 가장 기대한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악동뮤지션의 오랜 팬이자, 새로 발매한 에로스 앨범을 너무나 사랑하는 입장에서 그의 에너지를 다시 한 번 무대에서 느껴보고 싶었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이찬혁은 코러스와 밴드 세션을 포함해 최다 인원을 동원해 풍부한 무대를 꾸며냈다. 음악은 가수 한 명이 아니라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함께 마음과 손끝, 목소리를 더해 만들어 가는 것임을 눈앞에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들이었다. 이찬혁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이라는 다소 슬픈 가사를 목놓아 부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리스너들의 마음에 사랑을 풍부하게 빚어내는 아티스트였다. 그의 가사와 멜로디를 즐기다 보면 마치 내 마음을 들킨 것마냥 부끄러워지다가도, 동시에 넓게 이해되고 수용받는 느낌에 안온해진다.
무엇보다 헤드라이너인 잔나비의 공연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친구에게 '잔나비는 라이브를 들어야 진짜다'라는 말을 건네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에 몇 번이고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 특히 갑작스런 비 때문에 공연 준비가 잠시 중지된 건 물론, 무대와 장비들이 다 물에 젖어 라이브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은 관중들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의자를 무대 아래로 가져와 그 위에 서서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관중과의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특히 현장의 에너지가 엄청났다. 음원으로는 채 다 전해지지 않은 가사 하나하나에 욱여넣은 마음이 멜로디라는 곡선이 되어 마음에 흘러들어 왔다.
권진아와 크러쉬, 우즈, 이소라의 무대 역시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을 새겨주었다. 권진아의 빛 바래고도 풍부한 목소리는 가을 하늘과 가장 잘 어울렸고, 크러쉬의 유연한 무대 매너와 재치있는 농담들은 그저 모두 내려놓고 즐기게 했으며, 우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저 빛나는 아티스트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또 친구와 피크닉 존에 돗자리를 펴두고 앉아, 차가운 가을밤 공기 하나하나에 스며든 이소라의 목소리를 듣고 또 따라부르며 나눈 이런저런 이야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에게 음악이 맺어준 다양한 인연들을 상기하게 했다.
하나둘 뜨는 페스티벌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며, 다이어리에 빨갛게 동그라미를 쳐 놓고 줄어드는 날짜를 세며, 그날을 완벽히 즐기기 위해 앞뒤로 해야 할 일들을 쳐내며 느꼈다. 뮤직 페스티벌은 그 당일의 즐거움뿐 아니라 앞으로는 기다림의 설렘을, 뒤로는 음악에 물든 삶에 놀라는 낯섦을 준다는 걸 말이다. 무엇보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무한히 퍼져 나가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간만에 꿀 같은 자유를 맛본 기분이었다. 꿈 같은 조각 구름, 간간이 뒤로 지나가는 비행기들, 잠시 내리는 소나기와 바람 등 모두가 달가웠다. 내 안에서 음악이 해방된 기분. 가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음악으로 연결되는 기분을 느끼러 이런 행사를 찾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을 완벽히 물들인 컬러 인 뮤직 페스티벌, 내년에도 또 멋진 라인업으로 음악 애호가들을 즐겁게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