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28)

이제 혼자서도 잘 자요

by 시우

전에 살던 집이 좁아서 아이 방도 따로 없이 다 같이 옹기종기 잤었는데 이번집으로 이사 오면서 제일 먼저 한 게 아이방을 꾸며주는 것이었다, 가구라도 좋은 거 해주고 싶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봤는데 막상 무겁기도 많이 무겁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인터넷에서 주문해 다이를 한다,


아내가 당시에는 돈을 벌고 있어서 아이 것 싱글매트를 하나 사줬다 아이 옷서랍과 같이 쓸 수 있는 침대 프레임을 구입하고, 벽에는 핑크색 커튼을 달아줬다 전부다 수작업으로 달았다, 책상이 온날은 내가 실직상태였어서 혼자 거실에 앉아서 조립을 했다 제법 튼튼하고 오래갈 것 같다


공주는 자기 방을 멋들어지게 꾸며줬어도 굳이 엄마 아빠랑 자겠다고 사이에 딱 껴서 잤었고 그 습관이 최근까지 왔었는데 할머니를 보고 온 뒤에 갑자기 돌변했다


"오늘부터 혼자 자는 연습 할래요."


"오? 진짜요? 안 무섭겠어요? 전에 공주 새벽에 울어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데 오늘부터 연습하는 거예요?"


"굳은 결심을 하셨다는 듯 안방에 잇던 자기 이불과 인형들을 자기 침대 자리로 옮긴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벌써 그럴 필요 있나 싶기도 했다, 내 동생은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때까지인가 혼자 자다가도 엄마 아빠 침대로 들어가서 잤던 거 같은데 나는 어렸을 적부터 혼자 잘 잤었다 그게 편하기도 했고 혹시나 해서 수면등을 충전해 둔다 아이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둔다


왠일로 책상을 다 정리해 두셨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공주님도 잘 자요."


볼때기에 뽀뽀를 해주고 안방으로 돌아와 불을 끄고 눕는다, 이방이 이렇게 넓었었나? 아이의 매트와 이불이 빠져있는 자리가 횡 하다 가구라곤 장롱밖에 없는 안방에 그래도 온기가 돌았던 건 아이와 같이 뒹굴며 잠들어서였나 보다


불면증에 뒤척이다 따듯한 물이라도 한잔 먹어야지 하면 일어난다, 아이방 앞에서 보니 아이는 세상모르게 잠들어있다 예전 같으면 무섭다고 쪼르르 베개만 들고 아빠 이불속으로 들어왔을 텐데 어느새 또 아이는 한 뼘 자라 있었다 커튼사이로 아파트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세어 들어온다 조심히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다시 조절해 준다 그리고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온다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불면증에 다시 헬스장이라도 다녀볼까 아니면 수영장이라도 가볼까 고민을 해보지만 아이 혼자 두고 갈 수가 없다 잠깐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갈 때에도 혼자 씻는 연습 한다고 욕조에 물 받아 놓고 씻는 소리는 안 들리고 너무 조용할 때에도 혹여 무슨 일이라도 났을까 봐 수시로 아이 이름을 불러보는 나도 아이에게 참 많이도 스며들었나 보다


종종 아이도 혼자서 책을 보다가도 문득 아빠를 부르고, 자기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아빠 방 앞에 와서 아빠를 바라보는 것도 아마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사랑해도 그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 마음을 모른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준다 지금도 그렇지만 좀 더 커서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이가 쑥스러워하거나 혹여 싫어한다고 하여도 아빠 마음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내 아이일 테니까 말이다


혹여 사춘기가 와서 내 속을 썩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 할 일이지 않을까?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민해 봐야 아무 의미 없는 일 아니겠는가? 예쁘다고 다 사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내온 시간이 바라본 시간이 부대끼고 버텨온 시간이 우리를 사랑스럽게 만든다 잘못한 일에 야단을 치고, 서운한 일에 눈물을 흘려도 우리가 다시 붙을 수 있는 건 그동안 쌓아온 믿음과 신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내 얼굴의 주름도 까맣던 머리색도 점점 하얗게 변하겠지만 지금 이 시간을 나중에 추억하노라면 힘들었지만 아이가 커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보람도 그리고 아빠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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