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51)

아빠도 자란다

by 시우

업무가 많아져서 업데이트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습니다, 일이 많다보니 몸이 많이 피곤해서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 씻기고 저녁챙겨먹고 나면 글 쓸시간보단, 얼른 눕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요 아이 시계보는 법 공부도 하고 있고, 수학공부도 하고 있고, 받아쓰기도 해줘야 하고, 햄스터도 돌봐줘야 하고 몸이 두개면 좋겠다 싶습니다


늦은 업데이트지만 꾸준히 봐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주님 사진을 많이 올리고 싶은데, 요즘은 사진도 자주 못찍내요)



실직 이후 재취업하고 벌써 1년이 넘었다, 중소기업 특성상 경력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고, 수시로 바뀌는 사람에 스트레스는 받고 그렇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내 나이도 40에 들어간다 마지막 30대의 한해를 좀 더 기억에 많이 남기고 싶었는데 별 하는 것 없이 벌써 5월의 중순을 지나가고 있다.


완생이라는 목표를 향해는 가고 있지만 나는 지금 내가 어디쯤에 서있는지 잘 모르겠다, 기준이야 나 자신이겠지만 인생이라는 항해 사이에서 내가 어디쯤 흘러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사람을 한번 보는 게 가장 빠른 편 아닌가 싶다


연봉인상이 되었으니 나는 조금 성장한 건가? 아이를 학교에 보냈으니, 내가 어떤 자격증을 딴 것들이 내가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카톡의 금융 메시지가 들어왔다, 또래 평균소득보다 낮은 임금이라고 나에게 알려준다 기분이 묘 하다


인생의 등급이 마치 벌어오는 돈의 액수인 것 같은 느낌이고 아빠로서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같이 좀 해줬으면 지금보다 나았을 부분들이 왜 나에게만 부담으로 남아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신과를 다닌다고 약에 취한듯한 말투로 가사 조사에 임하던 아내는 조사가 끝나자마자 멀쩡히 빠른 걸음으로 자기 엄마와 함께 사라졌다


인생의 동반자로서 살아온 시간이 참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잘못했던 것에 대한 사과가 인간들에게는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 말 한마디가 천냥빛을 갚는다고, 사문서 위조를 했을 때도 와서 무릎이라도 꿇고 미안하다고 했으면 마음 약한 내가 취하해 줬을 건데 알량한 자존심 지키겠다고 문자로 고소 취하해 딱 다섯 글자 보내고 만 아내가 나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본인이 잘못한 일로 벌금을 내고, 그게 또 내 탓이 된다, 아이 양육비를 하루 이틀씩 늦게 주는 이유가, 벌금을 내서 돈이 없어 친정집에 빌리느라 그런 거란다 아내의 아버지와 문자 한 내역을 보여줬다 사문서 위조를 했던 때부터 고소 전까지 약 3개월에서 4개월 정도를 고소하고 싶지 않으니 대화해서 해결하자고 보낸 내역들을 보여줬다 나만 문자를 보냈다 간혹 연락이 와서 아내가 학원에 갔으니 돌아오면 이야기하고 연락하겠다,라고 전화가 온 적도 있고 니들 둘 일인데 왜 나한테 이야기하냐고 한 적도 있었다


선택들은 본인들이 해놓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 때문이란다 네가 고소하지 않았더라면, 네가 돈을 더 벌어왔더라면, 네가 그냥 참았더라면, 책임은 나만 지고 있었나 보다 OOO만원 벌면서 그 알량한 돈이라도 어찌 아내 입에 더 넣어주려고, 아이 옷이라도 한벌 사주려고, 더럽고 치사해도 연애하는 3년 동안 그리고 결혼생활 6년 동안 딱 10일 빼고 계속했던 내 회사생활은 푼돈이나 벌어다 주는 남편이 되어버린다


조사관님이 그러시더라


'피고에게 그깟 푼돈이라고 하시는데 본인은 그 푼돈이라도 벌면서 지금 피고한테 그런 소리 하시는 겁니까?'


아내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가 조사관님의 말에 아내가 건성으로


'미안~'


비아냥거린다


예전 같았으면 불 같이 화냈을 상황이 그냥 별 탈 없이 흘러가게 놔두게 된 것을 보면 나도 인성적으로 조금은 발전했구나 싶다





재취업을 하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아이 사진을 깔아 둔 것이었다, 힘들고 울컥거리는 일이 있더라도 이거 보면서 버텨보자 했던 게 1년이 되었고 아마 별일이 없다면 쭉 다니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도 일확천금의 꿈을 놓지 못하고 공주님 손을 잡고 토요일이면 동내 로또방에서 2천 원 아치를 꼭 산다 아이가 번호 여섯 개를 고르고 나도 번호 여섯 개를 골라 2개만 딱 하고 집까지 타박타박 걸어온다


"아빠는 로또 일등 되면 뭐 할 거예요?"


"아빠는 저기 바닷가에 집사서 거기서 살고 싶어요."


"저는요?"


"공주님은... 학교 가야지, 대신 학교 갈 때랑 끝날 때 무조건 아빠가 데리러 갈게요 지금처럼 공주님 혼자 다른 친구들은 엄마랑 가는데 혼자가게 하지 않을게요."


"약속."


새끼손가락을 건다 로또가 당첨될지 안될지는 하늘만 알겠지만 그래도 뭔가를 같이 하며 감정을 교류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아직은 가지고 싶은 게 소박한 장난감이나, 색종이, 인형 같은 공주님도 점점 자랄수록 많이 바뀌겠지만 그래도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많이 남겨 갔으면 좋겠다



아빠도 자란다, 몸은 다 커버렸지만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아이를 키우며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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