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89)
시우라는 필명
작년 4월쯤? 첫 연재를 시작하기 위해 브런치에 그동안 썼던 글을 검수(?) 받기 위해 글을 올리면서 어떤 필명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을 조금 했었다, 본명으로 연재하기에는 부끄럽기도 했고 뭔가 나를 좀 숨기면서도, 완전히 숨기지는 않으려고 고민고민하다가 결정하게 된 것이 바로 시우라는 필명이었다, 내 본명은 한글이름이기도 했고 단순하기도 했고, 기억하기도 쉬운 이름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이름 가지고 놀림도 많이 받았었고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었어서,
내 이름의 한 글자와 공주 이름의 한 글자를 따서 필명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들의 이야기이니까 그게 맞는 거 같기도 했고 퇴근하고 나서나 주말에 방에 앉아 선풍기를 틀어 놓고 글을 쓰고 있노라면 심심한 공주가 무릎 위에 앉아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빠 이건 전에 아빠랑 같이 구경간대 아니에요?"
"맞아요, 놀러 갔었을 때 재밌었지요?"
"또 놀러 가고 싶어요."
"아빠도요."
아이랑 도란도란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글을 쓴다 아이는 종종 본인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 이렇게 남은 글들이 나중에는 내가 살아왔던 길들을 보여주고 아이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해본다
시우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지 1년 하고도 6개월이 되어간다, 긴 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어쩌면 불완전한 사람이여서 아닐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들과 내가 잘 살고 있을까라는 의심이 어우러지며 확인해고 싶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늦은 밤 오지 않는 잠에 외투를 걸치고 산책을 나왔다 오랜만에 오랜 시간을 밤길을 걸으며 생각을 했다, 준비하던 이직 준비도 잘되어 다음 달부터는 새 직장을 갈 수 있고, 민사 소송 결과도 다음 달에 나오고 이혼도 진짜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엔?'
하지만 그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뭘 다시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사람들도 만나보고 새 연애도 해보고 그러라지만 나는 이제 사람이 좀 무섭다 차라리 잘 모르는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거면 모를까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아버렸다
한 시간 동안을 이런저런 생각에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미온수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오랜만에 아이옆에 눕는다 달달한 아이 냄새에 잠이 오기 시작했다 더 생각하지 말자 자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