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88)

가을이 온다

by 시우

글이 조금 늦었습니다


낮에는 덥더니 저녁에는 날씨가 쌀쌀해져 간다 여름에는 거의 하루 종일 열려있던 창문이 요즘은 저녁이 돼서는 문을 닫느라 여념이 없다 퇴근해서 돌아온 집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공주님과 함께 창문들을 닫는 일이다


"아빠 창문은 다 닫았는데 커튼도 쳐요?"


"네 커튼도 당연히 쳐야죠?"


아직 키가 모자라 블라인드를 치는데에도 한나절이 걸리지만 아빠를 도와준답시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아이 돌봄 센터에서 저녁을 먹고 오기에 내 저녁은 안 먹던지 아니면 대충 끼니를 때운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한 끼 2800원가량의 도시락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다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하나 대충 돌려놓고 아이 씻는 것을 도와주고 나면 일곱 시쯤 티브이를 틀고 천천히 밥을 먹고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숙제나 해야 할 일을 도와주다 보면 아홉 시가 훌쩍 지난다, 취미 생활도 하고는 싶은데 집중에서 하지는 못하고, 대부분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잠깐 하던지 아니면 금요일이나 쉬는 날이 껴있을 때나 집중해서 할 수가 있다


대부분은 아이에게 신경이 많이 쏠려있으니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 편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잘 때 대부분 따로 자서 좀 편하게 자는 편이어서 다행이다


주말에 국수를 먹고 싶다는 아이를 데리고 오랜만에 근교로 나왔다 국수도 먹고 강 길을 따라 킥보드도 타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무던한 하루였던 것 같다, 아이가 카페밖 잔디밭에서 모르는 친구들과 노는 동안 나는 또 글을 쓴다, 못 봤던 책도 좀 읽고



한때 유행이었던 책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었는데 물론 작가님이 의도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나는 그 제목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찌 보면 좀 삐뚤어진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안 아픈 청춘은 없는 걸까 왜 아파야 하는 걸까? 같은 생각들이 많았다


글을 써보겠다는 사람으로서 편독하지 말고 골고루 읽고 세상을 봐야 하는데 유독 그 책만은 읽지 못하겠더라


한참 글쓰기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공주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아빠 뭐가 잘 안돼요?"


"그냥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가 봐요?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공주는 그런 적 있어요?"


"음 아이패드 보면서, 아이스크림 먹을 때? 아이스크림 먹는 거랑 아이패드 만지는 거랑 두 가지 한 번에 안돼요."



아이의 말에 빵 한번 터지고 만다 생각보다 답은 쉬운데 말이다, 우선순위를 못 정하겠으면 그냥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하면 되는데 무슨 생각을 그리 많이 했을까? 공주를 끌어안는다 무릎에 앉히고 아이스티가 담긴 컵을 건넨다



"공주님 덕분에 조금 맘이 편해졌네 그렇지 생각해 보면 쉬운데, 아이스크림을 먼저 입에 넣고, 그다음에 아이패드를 누르면 되는데 말이지."


"근대 그게 자꾸 까먹어요 아이패드 보고 있으면 그거만 보게 돼서."


"그렇지 그니까 항상 우리는 연습해야죠 뭐가 먼저 해야 하는 일인지."



무한하지 않은 삶 속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들은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때그때마다의 선택이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 결과에 집착하기도 한다 아마도 무한하지 않은 삶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그저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서 내 일상을 허투루 보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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