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06)

공주님에게 쓰는 세 번째 편지

by 시우

https://www.youtube.com/watch?v=mBr2djWKa_k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집 공주님에게


올해도 슬슬 끝이 보이고 있어, 공주는 1학년을 마무리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아빠의 어린 시절 1학년은 그저 공부보단 친구들과 뛰어놀고 숙제는 잠깐 하고 집에서 즐겁게 밥 먹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딱히 스트레스라곤 없던 시절이었는데


공주가 하는 것을 보면 많이 힘들겠다 싶어, 다른 친구들은 일찍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같이 시간을 보내다 학원 갈 시간 맞춰서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는데 우리 집은 이제 그럴 수가 없잖아? 그런 것들이 항상 너에게 미안해, 아프면 조퇴도 좀 해서 집에서 쉬게 해주고 싶은데 아빠가 외근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렇게 하기도 힘들고 또 아직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이 어색한 네가 걱정이 돼서 양호실에서 쉬었다가 태권도 차 타고 오라는 이야기 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요즘 저녁에 일찍 자고 몸관리 좀 하라는 아빠의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겠지만 이번달만 해도 벌써 세번이나 양호실에 누워있었던 너를 보면서 아빠는 잔소리가 늘 수밖에 없어, 아빠는 업무 때문이든 다른 일 때문이 든 늦게 잘 수밖에 없어 그래봐야 너랑 한 시간 두 시간 차이뿐이지만 그 차이가 어린 너와 아빠 사이에 많은 차이를 준단다


네가 아프면 아빠는 회사일에 집중 못할 테고, 실수가 누적이 될 거고 그럼 회사 다니는 게 눈치 보일 테고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될 거야, 네가 아픈 게 잘못은 아니지만 일찍 자지 않고 골고루 먹지 않고, 잘 씻지 않고 그러면 당연히 안 좋을 거라는 건 너도 학교에 다니면서 충분히 배웠을 거라고 생각을 해


그리고 그건 어리다고 비켜 나가는 것들이 아니라, 어린이든 어른이든 가리지 않고 삶을 관통하는 것이기도 해 아빠가 널 사랑하지 않아서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은 공주님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해줄 순 없는 아빠지만, 더 열심히 노력할 테니 공주님도 잘 먹고, 잘 자고,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커주면 좋을 것 같아 아빠에게 가리지 않고 다 말해주고 잘못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와서 사과하는 사람으로 커줘 물론 다음번에 똑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은 안되면 좋겠어


살다 보면 상황에 따라 하는 행동들이 바뀌는 사람들이 많아, 바뀌면 안 되는데 말이지 공주도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타인의 삶에 피해 끼치지 않는 선에서 너의 꿈과, 자유를 누렸으면 좋겠다


언제나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나의 공주님 오늘도 즐거운 학교생활 하고 이번주에는 약속했던 데로 중국집 가서 자장면 꼭 같이 먹자! 남은 한주 마무리 잘하고, 금요일에 받아쓰기 시험 공부도 좀 열심히 하구

진짜 진짜 많이 사랑해!



2023년 11월 30일

세상에서 공주를 제일 많이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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