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웬만하면 인생을 좀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쉽지는 않다 삶이라는 것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의 세계와 시간이라는 개념이 모두 합쳐져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양자 물리학에서 조차 시간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니)
이혼이 마무리가 되고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불면증은 제법 많이 좋아졌다, 혼자 잠드는 시간이 아직 어색하지만 밤의 우울함에 잠식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한다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 할 일을 생각하는 게 잠들기 전까지 내가 하는 루틴이지만 사실 생각한다고 해도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비슷하게 흘러갈 뿐이지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올해까지만 하시고 내년에는 다른 학교로 가신다고 하신다, 그간 선생님의 고생에 어머니들 다 좋으셨던지 단톡방까지 만들어졌고 아이들은 편지를 써서 방학이 끝날 때쯤 선생님께 드린다고 하니 우리 공주님도 열심히 편지를 쓰고 계신다
살아왔던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과 있는 일을 구분하고 무엇이 우선으로 처리되어야 할지 하지만, 시간이라는 불확실한 개념과 현재 자신의 상황이라는 변수가 눈앞을 흐리게 만들고 고민하게 만든다
어떤 선택이라도 틀린 선택이란 없을 것이다, 다들 각자의 기준에서 고른 선택이기에 최선의 결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겨울 같지 않는 날씨가 며칠째 계속된다, 30대 후반이 다된 나이에도 어른 답지 못한 나처럼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계속되고 있다, 독감 때문에 아이가 며칠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누워있었고 이제는 내가 감기에 걸려 비몽사몽 지내고 있다
독한 약을 먹고 취한 듯 누워있다 보면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학교에 다녀와서 아무도 없던 집안에서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집 밖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베란다로 가 떨어지는 노을을 보며 멍 했던 그 기억이
왜 그런 기억이 났을까? 땀에 흠뻑 젖어 깨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시곤 다시 잠자리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얼른 나아서 공주님에게 맛있는 간식을 해줘야지, 이제 방학이면 저녁도 같이 먹고 눈 내리는 날이면 같이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그래야지 할 수 없는 일을 걱정하기보단 할 수 있는 일들을 같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