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23)

솔직함과 무례함의 간극

by 시우

간혹 사람들을 만나면 당황스러운 질문을 들을 때가 많다, 싱글대디 2년을 꽉 채우고 3년에 막 접어들고 있지만 면접을 나가서 보면 별의별 사장님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쿡 찌를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면 손이 덜 가지 않나? 우린 토요일도 가끔 나와서 일해야 하고 야근도 있는데 물론 연장 근무에 대해서는 급여가 추가로 나가긴 하지만 아이 두고 토요일 근무나 야근 가능해요?"





저 사람의 입장에선 당연히 회사가 개인의 일보다 더 중요하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회사 업무에 아이까지 끼워넣어 이야기를 꺼낸다 인터넷에 올라온 공고에는 주 5일 월-금 이라고 적혀있었는데 토요일 근무는 또 무슨 이야기란 말인가



"야근은 가능 할거 같고 토요일 근무는 스케줄이 나오는 걸로 아는데 하루 이틀 전이라도 알려주시면 회사 업무에 차질 없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가 웃는 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다 다음 질문이 들어온다



"엄마가 안 키우고 아빠가 키우는 거예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밥이나 이런 건 어떻게 하고 아빠가 밥 같은 거 반찬 같은 거 보통은 잘 못하지 않나?"


"밥이야 쌀 씻어서 취사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요 뭘, 반찬이야 다 하는 것도 아니고 사다 먹는 게 더 많습니다 그리고 이력서에는 이 직종이랑 안 맞아서 안 적었지만 한식 자격증도 있습니다."



그 질문까지 듣는 순간, 내가 여길 취조를 받으러 온 건지 면접을 보러 온 건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첫 만남에 자기 젊은 시절 이야기까지 한다



"나 때는 남편이 건설업계에서 일해서 집에 잘 안 들어와서 혼자 애 다 키운 거지 뭐, OO교육에서 일했었는데 거긴 야근이 밥 먹듯이였는데 애는 시댁에 맡기고 일했어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애들 혼자 밥 차려 먹고 다하라고 시켰는데 요즘 애들은 혼자 밥 차려 먹는 것도 잘 못하더라고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면 혼자 해보게 시키고 그래야 해."



그 뒤로 형식적인 말 몇 마디를 더 오간 뒤 면접은 끝이 났다


나는 웬만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돌려서 해석 안 하고 직접적으로 듣는 편이다 하지만 저 사람이 말은 과연 어떻게 내가 느껴야 하는가, 면접에서 궁금한 게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 애는 어떻게 키우고 있으며 자신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하는 사람을 솔직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가 아님 무례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가


오늘도 그냥 내가 예민한 것이라 생각하고 돌아온다,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인데 내가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는게 마음이 좀 편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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