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의 왕자님
(공주에게 왕자님이 생긴 건 아닙니다) 제목이 좀 그렇지만 며칠 전 공주와 함께 거실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할 때의 이야기이다 티브이에서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면서 과자를 오물 거리는 공주의 볼이 햄스터 마냥 빵빵 해져서 볼을 건드리면서 물어본다
"우리 OO 이는 공주님이내 왜 이렇게 이쁜가 몰라? 나중에 왕자님 같은 남자 만나야 해? 아니다 왕자님 같은 사람도 좋지만 공주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빠도 왕자님이에요."
"이렇게 나이 많은 왕자님이 어딨어 아빠는 그냥 아저씨지."
"아니야! 아빠도 왕자님이에요."
아이의 화내는 모습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사랑이 충만했던 어느 시절에도 나는 누군가의 왕자님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 공주는 그런 나도 왕자님 같은 사람이라고 해준다 공주를 뒤에서 안고 나란히 티브이를 본다 티브이 소리와 공주님의 웃음소리가 거실에 가득 울린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일 뿐인 아이지만 나중에 더 커서 이성 친구가 생긴다면 어떨까? 벌써부터 아찔 하다 아이가 나의 소유물이 아니지만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 일 것인데 과연 나는 아이의 사랑을 지지해주고 응원할 수 있을 것인가
아빠와 엄마는 이혼하였지만 아이는 행복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허례허식 아닌 방 한 칸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는 그런 부부 말이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가 못하다 여느 속담처럼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창문으로 도망간다는 말처럼 말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두 사람 있는 그대로 믿고 사랑하고 이겨내는 그런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나조차 그러지 못했지만 아이는 그런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일까?
그렇다면 그냥 나는 아이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하루를 마무리 할 준비를 한다, 아이 가방을 챙기는 걸 봐주고, 내일 아침 먹일 음식을 체크하고, 옷을 꺼내두고, 양치하는 걸 봐주고,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잘 덮어주고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해주며 나의 하루도 마무리가 된다
내일도 변함없는 그저 그런 날이 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