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과 요리를 해요
2학년이 되었다고 부쩍 아빠 일을 도와주려는 공주님이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 시간에 그냥 한 번 더 놀거나 책이라도 보는 게 더 좋을 거 같기도 한데 굳이 도와주겠다는 공주의 억지에 피식 웃고 만다
"오늘 그럼 스팸 구워줄게요 스팸은 공주가 먹고 싶은 크기대로 잘라 주면 돼요 그러면 나머지는 아빠가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손에 장갑을 착용시켜 주고 뭉툭한 돈가스용 칼을 건네어줬다 공주는 야무지게 스팸을 조각조각 내주신다 혹여 손이라도 다칠까 옆에서 지켜보지만 생각해 보면 유치원에서도 어린이 집에서도 뭉툭한 플라스틱 칼로도 샐러드며 피자(?)도 뚝딱 잘 만들어 오는 아이였다 물론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긴 하셨겠지만
아이가 잘라준 스팸에 밀가루를 살짝 묻혀 털고 계란 물을 입혀 프라이팬에 굽는다 맛있는 냄새가 퍼지자 공주는 또 주방을 기웃거린다
"기름 튈 수도 있으니까 좀 떨어져요 아빠 사촌 누나 딸인지 아들인지 부엌에서 놀다가 돈가스 튀긴 기름을 엎어가지고 손에 화상 입었다고 그랬어."
몇 년 전 이야기를 공주에게 해줬더니 멀찌감치 떨어져 나를 바라보며 씩 웃는다
"이 정도면 돼요?"
"응 그냥 티브이 보고 있어도 되는데."
"다 구워지면 한 개 주세요."
다행히 사촌누나의 아이는 조치를 얼른 취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흉은 좀 남겠지만 그때 누나가 자기가 제대로 못 봐서 그런 거라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선례가 남아있다 보니 나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두 명이 보는 아이와 한 명이 보는 아이는 분명 물리적인 시간으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
엄하게 키우고 싶지 않은데 엄해지는 건 이런 이유일까? 싶기도 하다
노릇노릇 구워진 스팸조각을 옆에서 보고 잇던 아이에게 후후 불어 한입 넣어준다
"뜨거워! 그래도 맛있어요."
입안에서도 몇 번이나 호호 불더니 잘 씹어 넘기며 엄지 척을 내보인다 막 지은 밥에 스팸을 한 조각 그리고 어머니가 주신 김치 한 조각을 올려 먹는다 자주 먹기에는 느끼하지만 입맛 없거나 귀찮을 때 한 캔 씩 따서 이렇게 해 먹으면 아이도 나도 편하고 좋다
'너무 조각내서 나는 먹는 맛이 없지만.'
새끼손톱만 한 크기에 나는 좀 밍밍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자기도 도와줬다고 뿌듯해 하느 모습이 그냥 귀엽기만 하다 조그만 일 하나에도 크게 느끼는 아이가 부럽기도 하고 그래 네가 행복했으면 된 거지 아빠한테는 그게 가장 중요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