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45)

아빠 관찰 일지(feat. 휴일인데 휴일이 아니야)

by 시우

오늘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입니다, 아빠는 오늘 회사를 쉽니다 공주는 학교를 가는 날이고요 혼자 남아 보낼 하루에 미소가 지어지지만 아이 앞에선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합니다 오늘 자기도 쉬는 줄 알았는데 아빠만 쉬는 걸 알고 나서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공주 학교 잘 다녀와요 ㅠㅠ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아빠 집 잘 보고 있어요 오늘은 센터는 안 하고 태권도만 해요. 일찍 올게요."



아침에 등굣길에 집 앞에 나와보니 이슬비가 내립니다, 얼른 다시 돌아가 우산을 챙겨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아이들이 다들 좀 늦습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쉴 만도 하지만 아빠는 오늘도 할 일이 많습니다


10년을 탄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해야 할 날입니다, 자동차 타고 4년쯤 앞바퀴만 교체해서 탔었는데 5년 정도를 무교체로 탔더니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서 갈아야 한다고 난리이십니다 타이어를 살펴보니 오래돼서 그런지 다 갈라져 있어서 그래야겠다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인터넷과 지인 찬스를 이용하여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곳을 예약을 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한 10퍼센트 정도 저렴하게 구입하는 데다가 지역카드를 사용하면 7프로 추가 할인까지 됩니다 저렴하게 잘 구입했다 싶습니다 아이를 학교 앞에 내려다 주고 타이어 가게로 와서 타이어 교체 하는 모습을 봅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보니 10년 된 아빠의 조그만 자동차가 번쩍번쩍 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요? 아빠는 앞으로 10년은 더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이어를 교체하기위해 리프트 위에 올라가있는 자동차



그 다음은 주민센터에 볼일이 있습니다 2월경 소득이 적어 한부모 지원대상자로 선정이 되었었는데 이직 후 소득이 늘어 소득 신고를 하러 왔습니다 미리 주민센터 공무원분께 서류를 받아 작성해 두어서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 소득이 직접적으로 늘어난 건 아니고 다음 달 급여분부터 인상이 되어서 지원을 바로 끊지는 말아 주십사 말씀을 드렸더니 소득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변경신청 하러 오신 분은 또 처음이라 십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월급을 받고 나서 신청하러 올걸 그랬다 싶습니다만 기왕 나온 김에 다 하고 가기로 마음먹습니다


외부 일정은 이제 끝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좋아하는 초콜릿쿠키를 한 컵 사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서는 처음으로 회사에서 해주는 근로소득 신고가 아닌 개인으로 신고를 하는 일이 남아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요리조리 알아봤는데 머리가 좀 아플 거 같아 단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손발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홈텍스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니, 종합소득세 정기확정신고 대상자라는 팝업이 뜹니다, 그동안은 회사에서 다 처리해 줬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는데 작년에는 실직 기간이 좀 있다 보니 개인이 신청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네요, 전 직장에서 올려준 소득을 토대로 확인하고 작년에 사용한 카드 이용내역, 보험료 납부, 아이 교육비등을 바로 조회해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입력하고 아빠와는 상관없는 항목은 제외하고 보니 다행히 내야 할 세금은 없네요 3만 원 정도를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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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를 빼고 작성해 둔 소득신고서 오늘 처리했다 그리고 난생 처음 해보는 종합소득세 신고



신청서를 제출하고 다음은 점심을 간단하게 먹습니다, 아이가 있을 때는 눈치가 보여서 못 먹었던 매운 만두와 라면을 한 그릇 끓여 모처럼 티브이를 보며 여유롭게 먹습니다 문득 공주는 잘 있는지 점심은 잘 먹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학교라 문자는 못 보겠지만 아이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냅니다



'공주 점심은 맛있게 먹었어?'



역시나 답장은 없지만 그래도 이따가 하교할 때 전화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느긋하게 밥을 다 먹고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타서 베란다로 나갑니다 비는 곧 멈출 거 같습니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는 처지가 한탄스럽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제 모든 집안일과 아이와 바깥일은 대신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밀리면 결국엔 아빠만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더 미룰 수가 없군요


설거지를 시작으로 집안일을 시작합니다 가스레인지 청소, 다용도실 청소, 공주님 방 옷정리, 땀이 한 바가지 정도 흐르고 나서야 집안일이 얼추 마무리됩니다 시계를 봅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갑니다 오늘은 돌봄 센터가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태권도장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합니다


얼른 샤워를 대충 끝내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편의점에 들러서 관장님과 사범님들 드시라고 커피를 몇 개 사서 도장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부관장님이 계십니다 이런 걸 또 사 오시냐고 손을 절래 절래 흔드시지만 그 손에 커피를 쥐어 드리고 이번달 도장비를 결제를 합니다 한국장학 재단에서 올해 지원금이 나와서 덕분에 세 달 정도는 태권도 학원비 걱정은 줄었습니다 결제를 마치고 인사를 하고 공주와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공주는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아빠에게 조잘거립니다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습니다 받아쓰기 60점 맞았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잘했다고 다음번에는 더 잘하자고 혼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봅니다 오늘 시험인데 어제 놀았던걸 알고 있지만요


집에 도착해서 공주가 씻는 동안 아빠는 저녁 준비를 합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따듯한 흰쌀밥에 갈치구이입니다 아침에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옮겨놓은 갈치가 적당히 녹아있네요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20분 타이머를 맞춥니다 10분마다 돌려서 구워주면 아이도 좋아하고 아빠도 좋아하는 반찬입니다


아이가 씻고 나오자 바로 저녁을 먹습니다 생선 뼈를 잘 발라내고 아이의 밥 위에 하얀 갈치 살만 올려주면 아이는 꿀떡꿀떡 잘 넘깁니다 아빠는 그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것 같습니다 저녁을 다 먹고 뒷정리를 마치면 벌써 시간이 9시가 다 되어갑니다 쉬는 날인데 쉰 것 같지 않은 아빠는 오늘 너무 피곤합니다 또 내일이면 회사를 가야 하는 게 걱정입니다 한숨을 폭 쉬니 공주가 와서 안아줍니다



'아빠 파이팅! 내일도 힘내요.'



그 말에 또 기운을 내 봅니다 공주와 같이 화장실로 들어가 나란히 서서 이를 닦습니다 피곤하지만 같이 이를 닦으며 장난을 칩니다 물을 폭폭 튕겨보기도 하고 볼을 찔러보기도 합니다 웃음소리가 화장실 안에 울려 퍼집니다 개운하게 세수까지 하고 내일 학교 갈 준비와 회사 갈 준비까지 마치고 잠자리에 눕습니다


아빠는 오늘 공주보다 일찍 잠들 것 같네요 아이가 졸리지 않아 종알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겁습니다 내일도 오늘 만큼 행복하길 아니 오늘보다 더 행복하길 아빠는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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