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랑 첫 여행을 갔다, 부모님들에게 말없이 갔었던 첫 여행에서 너는 농사짓는 부모님께 죄송스럽다고 했었지만 나는 그냥 좋은 마음 밖에 없었다, 펜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복층 구조로된 아기자기하지만 예뻣던 펜션, 당시에는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한두시간쯤 시외로 빠져나갔다 버스 안에서 내내 너의 손을 조물락 거리는게 좋았다 너를 창가자리에 앉히고 창밖을 보는척 하며 네 얼굴을 계속 봤다 남들눈에는 어떻게 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니가 가장 예뻐보였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펜션에 간단히 짐을 풀고, 근처 마트까지 걸어가 먹을걸 산다, 고기와 상추 술 음료수 그리고 햇반을 사들고 다시 펜션으로 온다 어제부터 날씨가 꾸물거리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짐을 정리하다가 너는 근처에 멋드러진 관광지가 있었는데 우비라도 입고 가자고 터미널에서 샀던 천원짜리 비닐 우비를 껴입는다 너는 노란색 나는 파란색 우비였다 바다가라 그런지 입구에서 고동을 판다 너는 그게 맛있어보이는지 그걸 한컵을 산다 나는 그런걸 별로 좋아 하지 않아서 고동을 이쑤시개로 하나 빼서 나에게 먹여주려는 걸 손을 절래절래 흔든다 무슨 남자가 못먹는게 있냐고 피식 거리는 너에게 나도 그냥 웃어준다
비는 많이 오지 않았다 우비를 입고 너와 근처 관광지를 천천히 돈다, 비가와도 사람들이 많다 해안선을 따라 멋드러진 돌의 문양이 신비롭기 그지 없다, 같이 사진을 찍고 풍경을 찍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비가 점점 더 굵어지기 시작한다 관리 사무소에서 사람이 뛰어나와 나와 바닷가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가지 말라며 소리치고 돌아다닌다 아쉽지만 다시 펜션으로 돌아와 대충 씻고 나와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고기를 굽고 술과 먹으며 티비를 본다 나는 티비를 잘 보지 않지만 너가 재밋어 하는게 좋았다 많이 먹고 많이 웃고 어느덧 해가지고 저녁이 깊어진다, 같이 화장실에 들어가 이를 닦고 복층으로 올라간다 마치 다락방처럼 비스듬한 천장에는 창문이 있고 그 아래 침대가 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복층 천장 유리창에 빗물소리가 똑똑똑 들린다
'자?'
'아니? 빗소리가 너무 좋내.'
'그러게 빗소리 이렇게 집중해서 듣는거 오랫만인거 같아.'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나보다 체온이 좀 높은 너는 내가 시원해서 좋았는지 돌아 누워 내 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꾸물꾸물 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나는 사실 혼자자는 걸 좋아했다 금방 잠들기는 하지만 누가 건들면 애민하게 깨버리고 자다가 깨서 동생들은 때린적도 있었지만 너는 참 편했다 팔배게를 해주면 팔이 많이 아프다던데 너는 하나도 안아픈것 같았고 뭔가 옆에 있으면 안정적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다음날에도 비는 계속 왔다 어디를 나갈수가 없어 펜션을 4시간 연장을 하고 안에서 놀았다, 백수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비는 계속왔고(태풍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있을수가 없었다 너는 내일은 일을 하러 가야 했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에 쩔어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너가 지내고 있던 고시원에 내려주고 나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온뒤라 하늘이 깨끗해져서인지 별이 참 많이 보였다 전화를 했다 재미있었다고 다음번에는 좀더 모아서 더 좋은데 놀러가자고 얼른 쉬고 내일 일다녀오면 데리러 가겠다고 너는 알겠다고 보고 싶다고 그랬다
그날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배란다에 앉아 있다, 오랫만에 내리는 빗소리가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미련이라기에는 좀 그렇고 마음을 덜어내는 중이라는 생각을 한다 너에 대한 기억을 덜어내는 것 지금이라도 달려가 붙잡으면 붙잡힐 것 같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 동안 알고 지내왔던 시간만큼 오랫동안 나를 붙잡고 있을, 너의 기억을 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네가 원했던 것처럼 과거의 일은 과거에 둘 수 있게 끝맺음을 확실하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