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아이에게로 퇴근한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아이가 너무 늦게 일어나 방문을 두드리며 공주를 부른다
“공주, 학교 가야지. 얼른 일어나야 해요.”
나도 늦을까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며 달걀 프라이 몇 개를 팬에 얹어 두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한다 대충 씻고 나와 계란을 뒤집는 동안에도 아이는 미동조차 없다 순간 화들짝 놀라 아이 방으로 들어가 보니 웃음을 꾹 참은 채 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와락 안긴다
대답도 없이 움직이지 않던 아이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철렁 내려앉았던 심장을 쓸어내리며 한소리를 했지만 아이는 놀란 아빠의 얼굴이 그저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침을 먹이고 아이 친구 집 앞에 내려준 뒤 회사로 향하며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아이와 단둘이 지내온 시간이 어느새 4년을 꽉 채웠고 이제 5년 차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아이의 이런 장난 하나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건 그 시간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만약에 아이가 없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미 서로에게 스며들 대로 스며든 삶이 너무 허전해지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출근길 내내 머리를 맴돈다
그날 퇴근길에는 사장님께 붙잡혀 저녁을 먹었다 술기운이 오른 사장님은 아이에게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고 내 시간도 없이 지내는 내가 안쓰러워서 하는 말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냥 그런 상황이 있는 거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사장님은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와는 몇 년째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낸다고 했다 아이들은 서울에 올라가 있고 혼자 지내는 지금의 삶이 본인은 괜찮다고 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싶었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 눈에는 내가 나를 억누르며 사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것보다 하루를 마치고 아이 곁으로 돌아와 같이 부대끼며 사는 삶이 더 좋다
사는데 정답이 없다면서도 왜 굳이 자기들의 기준을 내 삶 위에 올려두려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