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를 뜯는 중이라면
https://youtu.be/uKcue3wQcL4?si=pRNo5kBtrs_qpW15
명절이 끝나고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내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굳이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그래도 하나쯤 있다면 다른 생각 없이 그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목적지가 여러 곳이라는 것이다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양육비 미지급은 이제 200만 원을 넘겼다 재산조회로 확인된 금액은 156만 원 최저 생계비는 보호되어야 한다며 추심은 어렵다고 한다 진짜 일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생활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를 신청했다 송달이 잘 될지, 상대가 사유서를 제출할지,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결국 이것도 기다림이다.
방학이 끝나간다 공주는 숙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밀린 사람의 최후랄까?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그러게, 미리미리 했어야지.”
장난처럼 던진 말에 아이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다고 이제 유튜브는 조금만 보고 숙제하자고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낮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일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다 나는 그 시간이 좋다 비교가 아니라 그 사람만의 결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다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타인의 처지를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기운이 빠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그 감정이 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붙잡는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데 마음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어쩐지 재미가 덜하다 하루가 한 장의 사진처럼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막상 잠자리에 누우면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많지 않다
요즘도 아이는 자다가 옆으로 온다 그래서 이불을 하나 더 펴 둔다 아이가 슬그머니 내 옆에 누우면 나도 그쪽으로 돌아누워 머리를 쓰다듬는다 깊은 밤, 어두운 방 안에서 아이의 눈이 잠깐 반짝인다 그 빛을 보면 괜히 마음 한쪽이 저릿해진다 내가 슬퍼하거나 아파하면 아이도 그걸 느낄까 봐 그 감정은 조용히 삼킨다
얼마 전 입사한 중고 신입 사원이 말했다 삶은 선물 같은 거라고 힘이 드는 만큼 선물이 큰 거라고 지금은 그 포장지를 뜯는 중이라 힘든 거라고 자기도 어디서 들은 말이라며 웃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선물은 도대체 얼마나 크길래 이렇게 힘든 걸까.’
그래도 오늘 하루도 잘 넘겼다 이 정도면 괜찮다 오늘은 집에 가서 늦게까지 TV를 보고 조금은 아무 생각 없이 뒹굴거릴 생각이다 나를 위한 작은 선물 하나쯤은 내가 나에게 줘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