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8)

어른스러운 아이

by 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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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이면 한참 부모에게 애교도 떨고, 투정도 부릴 나이인데 우리 집 공주님은 아직 산타를 믿는다는 면에서는 순수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종 일곱 살짜리는 못 보여줄 어른스러움을 보여줄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이 간혹 부부 문제로 인해 아이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건 아닐까 걱정이 많다, 부부싸움은 아이에게 전쟁만큼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그런 만큼 아이는 자기의 본능대로 살기보다는 어른스럽게 행동하면서 나를 조금은 도와주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끔은 아이답게 투정도 좀 부려주고, 하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아이는 오히려 나를 더 위로한다.


"아빠 가지고 싶은 거 있어요? 생일 되면 OO이가 사줄게요."


"아빠는 공주님만 행복하면 돼요, 아프지 말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이가 집안에서 생활하면서 자기가 벗은 옷은 스스로 빨래 바구니에 넣고 먹은 밥그릇은 싱크대에 가져다 두고, 밥 먹기 전에는 수저 젓가락을 놓고 당연하게 배우는 것 일 태지만 종종은 하기 싫은 일이기도 할 텐데 우리 집 공주님은 마치 당연한 일을 하는 듯한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기는 힘들 테지만 그래도 너무 당연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아이에게 괜히 미안하기도 하다




나는 과연 아빠로서 어른답게 하고 있는가? 명확한 기준은 없겠지만 항상 의문을 달고 산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과연 당연한 것인가, 아이에게 하는 말이 나를 위한 말인가 아니면 아이를 위한 말인가, 지금 내가 편하기 위해서 아이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행동 함으로써 아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혼자 아이를 육아한다는 것은 분명 힘들일이지만 하는 만큼 인간은 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숙해지면 좀 더 범위를 확장시키고는 있지만, 이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뭐랄까 좀 한계치에 다다른 면도 있다,


오랜만에 아내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살고 있었다 아이와 출근을 하려고 아침에 나오는데 아래층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내려가 보니 아내가 출근 준비를 하고 집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아이는 엄마다 하고 쫓아가려는데 나는 아이한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숨어있다가 아내가 나오자 이야기 좀 하자고 쫓아갔다 아내는 또 도망가 버렸다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더니, 꿈속에서조차 아내와 대화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억울했다, 그렇게 꿈을 꾸고 깬 시간이 새벽 4시 15분쯤이었다 다시 잠들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잠이 쉽사리 오지 않았다 아이가 캠핑 갈 때 쓰고 싶다고 산 플라멩코 취침등을 살짝 켜본다 핑크빛 취침등이 이불과 내 몸을 비추며 기묘한 그림자들을 만들어 낸다



생각이 많아지면 안 되는데 생각이 꼬리를 물고 흐르기 시작한다, 학원을 다닌다던데 무슨 학원을 다니는 걸까, 프로필에 적어놓은 말은 무슨 의미일까, 정말로 나랑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는 걸까, 나랑 사는 동안 나를 사랑하긴 했던 걸까, 왜 대화는 안 한다는 걸까, 무엇이 너의 마음을 굳히게 만들 걸까. 불빛이 너무 밝아서 인지 아이가 뒤척인다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다시 끈다 조용한 적막감이 다시 방안에 흐르기 시작한다

'혹시 내가 회사 다닐 때 와이프랑 사이 안좋아보였어?'


얼마 전에 지인에게 물어봤던 게 떠오른다,


'아니? 너 회사 끝나면 바로 집에 가야 한다고 가버리고 그랬었잖아, 커피 한잔 마시자고 해도 회식 때 빼고는 칼퇴해놓고? 너 그때 일 이후로 좀 변한 거 같더라 내가 느끼기엔.'


지인이 말했던 그때는 아내의 첫 번째 가출이었던 거 같았다 아내의 첫 번째 가출은 나한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내는 그렇게 짐을 챙겨 집을 나가고 한 달을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그 주 주말에 가서 대화 좀 하자고 아내 집 앞에 정자 같은데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일도 하기 싫고 나랑 약속하는 거도 싫다고 니내 아버지한테 말해서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면 니랑 나랑 안 싸우고 살 것 같다고 우리가 아니 내가 모은 돈이 아버지한테 달라는 돈보다 작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처가로 돌아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는 한 달 동안 처가에서 지내다가 내가 아이 생각해서라도 집에 돌아와서 생활하자는 말에 못 이기는 척 돌아왔다가 이번에 또 이 사달이 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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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걱정이 많았다,


'한번 나갔다 온 애는 두 번은 쉽다, 부부로 살면서 힘든 일이 왜 없겠냐 서로 맞춰가면서 사는 거지 OO이 앞으로도 또 그럴 건데 이번에 다시 돌아온다 해도 또 자기 힘들면 도망갈 거다.'


깨어진 그릇은 붙여도 다시 깨지기 마련이고,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결혼이라는 게 사랑만으로 된다는 것은 내 멍청한 생각이었다, 사랑보다 중요한 게 돈이었다 가난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대문 밖으로 도망간다는 말이 딱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지금을 살려고 했고, 나는 미래를 살려고 했던 것이다 미래는 오늘의 연장선인데 오늘만을 위해 미래를 희생한다면(개미와 배짱이 이야기처럼) 결국에 나는 그리고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을 보지 못하면 또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누가 옳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누군가의 희생으로 가족이 유지된다면 그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결합한 가족이라는 게 왜 행복할 수가 없는가


시계가 새벽 5시쯤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더 생각하기를 멈춘다, 피곤한 몸만큼 정신도 지쳐간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는가 같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게 무슨 의미가 더 있겠는가 다만 내 아이를 위한 책임만큼은 죽을 때까지 지고 가야 할 일 아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이선균이 한 대사가 기억에 난다

술집에서 직장 후임들과 술 한잔 하면서 이지안에 대한 물음에 답하면서 한 말인데 내 아이도 이런 아픔이 생길까 봐 너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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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걔 안 불쌍하냐?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래서 불쌍해



어른스럽다는 말이 어렸을 때에는 칭찬 같아서 좋았는데 그건 칭찬이 아니었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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