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놓고 싱글 대디입니다 해본 적은 없지만 가끔 여러 상황에서 공교롭게 혼자 아이 키우는 걸 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일을(다시) 하고 있긴 하지만 면접을 보러 가거나, 유치원에서 하원 도우미 명단에 내 이름 말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적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좀 머뭇거리고 있으면 상대방에게서 혹시 이혼하셨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혼은 아닌데, 상황이 이렇습니다."
그럼 열에 다섯은
"아빠 혼자 아이 키우기 힘들지 않아요?"
이렇게들 물어본다. 그런데 말이지 심청전에서도 심청이의 아빠인 심학규는 장님이었어도 심청이를 젖동냥을 해가면서 혼자 키우지 않았는가? 아이 아빠가 아이 키우는 게 그렇게 신기한 일인 걸까? 아니면 아빠들은 섬세하게 아이를 못 돌본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아마 이런 편견들도 아빠들이 육아에 많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오해가 심해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위에 처럼 물어보시면 나는 오히려 반대로 물어본다.
"선생님은(혹은 사장님은) 아이 키우실 때 행복하셨나요 힘드셨나요?"
하면 대부분 이렇게들 말하신다
"어휴 당연히 행복했죠 힘들어도."
"저도 똑같아요 혼자라 힘든 것도 있지만 행복한 것도 많아요."
그럼 더 이상 묻지 않고 힘내시라는 말을 해주신다,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최고다 이런 말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는 육아도 일처럼 숙련도에 따른다는 생각을 한다, 육아가 일보다 나은 점은 처음에 할 때는 어렵고 힘들지만 일과는 다르게 아이가 자라 가면서 나에게 힘든 것만 주는 게 아니라 행복도 같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아이 돌보기를 어려워하는 건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퍼센티지가 적어서 익숙하지 못한 탓 이고 엄마가 바깥일에 힘들어하는 것 역시 일 하는 것에 대한 퍼센티지가 적어서 익숙하지 못한 탓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 보면 워킹맘 워킹대디 싱글맘 싱글대디 같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엄마 아빠들의 노력이 많이 요구되는 과정에서 성별의 차이가 육아와 일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사회적인 제도 같은 게 부족한 건 맞지만, 살아보니 세상살이가 해본 만큼은 되게 돼있더라
단순히 힘드냐고 물어본다면, 힘든 부분은 당연히 있다
첫 번째 일을 구할 때 아이 시간에 맞춰지는 일을 해야 한다. 나 같이 중소기업을 다니는 사람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일정해야 아이 키우기가 쉽다 대기업이야 육아 휴직도 있고 복지적으로 충분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월차 하나도 눈치 보고 써야 하는 입장이라, 유치원은 아침 여덟 시부터 열리고 여섯 시 반까지 운영한다 내 일도 그 시간 중에 시작하고 끝나야 아이를 돌볼 수가 있다.
두 번째 아이가 아프면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항상 집에 돌아오면 아이를 씻기고 잘 먹이고 잘 쉴 수 있게 관리해줘야 한다. 나는 어른이고 아파도 일하러 나갈 수 있지만, 아이가 아프면 혼자 집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티브이를 늦게 까지 보여주거나, 과자를 너무 많이 먹이거나, 일교차가 큰데 옷을 대충 입혀서 내보내면 아이가 아프기 딱 좋은 상태로 변해 버린다 좋아하는 것들을 못하게 하는 건 가슴이 아프지만 아픈 상황을 줄이려고 아이도 집에 돌아와서 어떻게 보내야 다음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 스스로 한정된 시간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설명해준다.
세 번째 개인적인 시간이 줄어든다, 나 같은 경우에는 글을 쓸 시간이 줄어든다. 핸드폰으로 쓰는 건 익숙하지가 않고 PC를 사용해서 쓰는 걸 좋아하는데 아이가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좋아하는 로블록스 게임을 하면(20분 정도 리미트를 항상 걸어준다) 그 시간에는 청소나 설거지를 하고 아이가 PC 사용을 멈추면 그 뒤는 또 아이와 일일 공부를 하던지 책을 읽어 주던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아이 재울 때 나도 같이 누워있다가 잠드는 날이 너무나 많다
(고로 브런치는 태블릿 가로 모드 적용되게 해 주면 좋겠다)
이런 거 말고는 딱히 어려운 게 없는 듯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일수도 있고, 내가 요리도 어느 정도 하는 편이고, 할 일에 대한 일일 계획표 짜 놓고 지워가면서 하루 보내고, 장보는 날이 화요일이라 주말에 냉장고 한번 돌아보면서 장 볼 거 미리 적어두었다가 사고, 아이 하원할 때 선생님과 충분히 대화하고 다음날 필요한 거 미리 챙겨두고, 아침에 도시락 싸고 밥솥 씻어다가 집에 돌아올 시간 맞춰서 밥 타이머 돌려놓고, 세탁도 건조기 있으니까 빨래도 어려운 거 없고, 반찬도 주말에 만들어 놓던가 마트에서 반찬만 몇 개 사놓던가, 밀리지만 않는다면 딱히 힘든 게 없다 대부분 귀찮아서 그렇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다른 엄마 아빠들도 금방 하실 것이다
예전처럼 인터넷이 없는 것도 아니고,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 몇 번 찾아보고 동영상 찾아서 해보고 하면 대부분 돼서 아직까진 큰 어려움이 없더라
나는 오히려 나가서 하는 모든 일들이, 모르는 사람 비위 맞추고, 고개 숙이고, 시키는 일 열심히 해주고 그런 게 더 힘이 든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 아이 입에 맛있는 거 넣어주고, 예쁜 거 입혀주려고 참고 일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의 아버지는 바깥에서 일해서 벌어오는 돈을 욕 받이 값이라고 그랬다 다른 사람한테 욕 들어주고 돈 벌어오는 거라고...
연 날리는 아빠와 딸
오늘도 잠깐 글 쓰고 있는데 아이가 와서 안긴다.
"아빠 오늘은 뭐해요?"
"아빠 작가 돼서 글 쓰고 있어요 날마다 써서 올리고 싶은데 피곤해서 오래 못쓰겠어요."
"피곤해요? 이리 와서 누우세요 허리 주물러 줄게요."
못 이기는 척 바닥에 누우니 딸이 올망졸망한 손으로 허리를 톡톡톡 두드린다, 시원하기보다는 손의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에 눈이 스르륵 감긴다. 아 잠들면 안 되는데 설거지도 아직 못했고 아이 이도 못 닦아 줬는데 하지 못한 일들이 수도 없이 머리 위로 지나가는데 힘이 없다 그래도 힘을 내야지 딸에게 고맙다고 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공주 이 닦자 혼자 할 수 있지요? 아빠가 옆에서 봐줄게요."
"네! 대장님."
그리곤 내 손을 잡고 같이 화장실로 간다 먼저 혼자 이를 닦는다 한 달 전쯤부터 앞니가 흔들거리던데 병원에선 조금 더 지나고 와서 다시 보자고 그랬다. 이번 주나 다음 주쯤 다시 병원을 방문해 봐야겠다 원래 아랫니부터 빠진다는데 딸은 윗니가 흔들거리는 게 좀 불안하다 거품을 어설프게 내고 이를 보여준다 나는 그 모습에 또 빵 터져서 칫솔을 건네받고 아이 이를 구석구석 닦아준다.
"아파요."
"안돼요 안쪽에 하나도 안 닦였어요 또 치과 갈 거예요?"
"... 아니요."
치과 간다는 말에 입을 크게 벌려준다 구석구석 잘 닦아주고 헹구게 한 후 나도 이를 마저 닦는다 세수도 마저 하고 나간 딸이 안방에 펴놓은 매트리스 위로 몸을 날린다
"아~ 시원하다."
어디서 저런 말을 배운 건지 따라 들어가서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꺼준다
"아빠는 설거지 좀 하고 올게요 먼저 자고 있어요."
"네!"
부엌으로 가서 물을 조금 틀어놓고 소리가 작게 들리게 조심히 설거지를 시작한다. 딸도 잔다고는 했지만 아마 내가 설거지를 끝낼 때까지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나를 기다릴 것이다.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속으로 쿡쿡 거리며 얼른 설거지를 한다 오늘은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