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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날 Sep 19. 2022

지루해 미치기 직전, 이직이 고민될 때

저는 잘하는 게 없는데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잘하는 게 없는데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커리어 개발은 직장인, 프리랜서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의 고민거리다.

이직을 결정하며, 현재 하는 일에서 참을 수 없이 느낀 것은 바로 "지독한 지루함"이었다.

커리어 성장을 체감할 수 없었고, 몰입할 수 없었고, 미래도 그려지지 않았다.

이직에 대한 생각은 자기 계발과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데, 거기서는 꽤나 단순 명쾌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잘하는 것은 차치하고 뭘 좋아하는지를 모르겠더라.

깨끗한 줄 공책을 꺼내서 '좋아하는 것'이라고 큰 제목을 써놓고 여행, 물놀이 등을 쓰는데 누구나 좋아하는 취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계발 영상들도 "1년만 미쳐서 해보세요"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도대체 무엇에 미치라는 거야!" 답답했다가 다시 "왜 마음을 훅 잡아끄는 미치고 싶은 대상이 없지"하며 초조했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의 교집합은 몰입할 데 없이 떠도는 지루함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책 [지루함의 심리학]에서 지루함이란 뭔가를 원하지만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고 불편한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내 마음 상태를 너무나도 정확하게 짚어낸 한 문장이었다.

지루함은 불쾌한 감정으로 남아있을 뿐 아니라 통제력, 인지능력, 정서 등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권태적 성향(=지루함을 잘 느낌)은 암 환자에게서 우울감보다 더욱 심각하게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먹기'는 슬픔이나 불안감보다는 지루함과 훨씬 연관성이 높았다. 입에 뭔가를 넣는 행동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켜서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으며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루함을 잘 겪는 나로서는 이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구구절절 동의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부분은 지루함을 잘 느끼는 사람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인 인생 목표의 부재였다.


책 [지루함의 심리학]은 인생의 목표를 명확하고 결점 없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과정으로의 의미를 강조한다. 인생이 깔끔한 직선의 포장도로였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방황하거나 헤맬 수도 있다. 그래도 최종 목표지가 있다면, 실패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맥락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우리를 인정하고 정기적으로 인생 계획을 재확인하고 재평가하며 필요에 따라 변경해야 한다.


인생 계획은 목표를 세울 때는,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자신을 믿어보자. 완벽주의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특정 상황이나 인생 전반에 걸쳐 의미를 잃거나 찾는다. 의미는 상황이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흥미진진했던 일들이 시들해지기도 하니까.


자. 진부한 "인생의 목표를 세워라!"라는 해결책을 보면 속에서 외치는 소리가 있다.

원점으로 돌아와서 "저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다.


책 [지루함의 심리학]에서 제시하는 해결 방법은 2가지다.


1. 이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 챙김 명상

어느 정도 비어있는 시간을 견디고 지루해질 수 위험을 받아들여야 해소 수단을 찾을 수 있으며, 비로소 자신의 욕구와 목표를 파악할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2. 나의 평범함을 인정하자.

큰 꿈을 꾸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성장해나가면 나갈수록 더 잘나고 훌륭한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당장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그때마다 "난 대단하지 않아."라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구를 살피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내야 인간으로서의 주체성과 자기 효능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책 [지루함의 심리학]에서는 흥미는 결과지 원인이 아니라고 한다. 첫눈에 반할 호기심과 흥미의 대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흔히 벌어지지 않는다. 뷔페에 가서 음식을 담을 때도, 이것저것 먹어보고 좋아하는 것들을 더 담아 먹는 것처럼,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간을 들여서 샘플링을 해보고, 지루함의 고비를 넘기고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 그것이 나의 흥미가 되는 것이다.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적성이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겠다. 정말 맞지 않는 것이라면, 또 마음의 소리가 알려줄 테니까. 마음 챙김을 통해 나의 inner voice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새로운 경험들에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보자.


이직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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