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도시

by 싱글맘

이십 대의 언저리에 난 얼음의 도시에 머물렀다.
난 그 도시를 닮은 어떤 도시에서 쓰여졌을 백석의 시를 읽었다.

얼음의 도시에서 나는 기름지고 매운 음식을 먹었고, 그것들은 백석의 언어처럼 툭 톡 피어나 얼굴은 이내 울긋불긋해졌다.

나는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출석하지 않으면, 집으로 전화를 했고, 아무도 받지 않았다. 아이도, 아이의 부모도, 그도 아니라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건 너무나도 흔한 일이어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도 아이의 부모도, 그도 아니라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교사들에게도 그것은 너무 흔한 일이었다.

나는 일주일째 결석하는 아이를 찾아 나섰다. 아이와의 연락이 생각보다 쉬웠던 걸 보면, 그녀가 학교에 오지 않는 건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간 아이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그 도시의 부모들이 그렇듯, 그녀가 어릴 때 돈을 벌기 위해 도시를 떠났다. 아이가 성인이 될 무렵 집으로 돌아온 부모와 그녀와 자주 다퉜다.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주변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나는 오싹해진다. 그 아이를 우선 집에 데려다 놓고, 밥을 같이 먹고, 한 침대에서 잠을 청한다.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에 인스턴트 미역국 같은 것을 먹였던 것 같다. 나는 택시비를 쥐어주고 집에 갈 것과, 다음날 학교에 올 것을 당부한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다음날 그녀는 학교에 왔다. 그리고 나와 헤어진 날 집으로 돌아갔다 했다. 그녀는 여전히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한다. 가냘픈 아이의 웃음에 안도감도 잠시, 나는 또다시 불안해진다.

얼음의 도시는 늘 그리운 곳이다. 도시는 처음으로 집을 떠나 오랜 기간 머물렀던 도시이고, 처음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심어준 곳이며, 이십 대의 약속과 다짐을 머금은 장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가장 그립다.

아침을 먹으러 자주 들리던 식당에서, 비가 올 때 우산을 빌려주었던 나어린 여자.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강가에서 마주치고는, 어려 보였던 그녀가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그런 나를 보며 짓던 환한 웃음. 기차 여행 중 외딴 도시에서 우연히 마주친 집 앞 과일 노점상 아저씨. 동네 이름을 동시에 외치며 반가워했다. 학교 앞 면 집. 내가 새로운 메뉴를 시킬 때면, 옆에 와서 한 입 먹기를 기다린 후 맛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보단 주인아저씨. 언제부턴가 내가 가면 투박한 손길로 냅킨 위에 수저를 올려주곤 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을 땐 집 앞까지 들어다 주던 학생. 학교로 돌아와 준 아이. 그 평범하고 따뜻했던 사람들.

그때의 사람들과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일 텐데, 왜 나는 아무런 온기도 느낄 수 없는 걸까. 아니, 어째서 아무런 온기도 없이 사람들을 대하는 걸까. 온기는커녕 스스로 얼음 벽을 치고 그 안에서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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