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평을 걸었다.
그의 존재는 쓰디쓴 독이 되어 내 기관지와 혈관을 푸르게 물들였다.
몸속 곳곳, 푸른 틈이 생겼다.
그를 마주할 때마다 균열은 커지고, 어느 날 나는 산산조각 부서져버렸다.
그가 걷는 선 위로 부서진 조각들이 흩뿌려지고, 그는 조각들을 밟고 떠났다.
나의 수백만 조각들은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바람이 조각들을 태워 먼 곳으로 보냈다.
밤새 거리를 헤매어도 찾을 수 없는 몇몇 조각들은 그가 지나간 선 위에 있을 것이다. 아무리 나를 다시 부수고 붙여도, 그 조각들 없이는 온전한 나를 되찾을 수 없다. 잠을 자지 못하고 술을 마시고 약을 먹는다. 약에 취해 잠이 들무렵 찾아 헤매던 조각들이 떠오르고 그 조각들이 이내 그리워 다음날이 오면 또다시 약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