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긴 앞으로의 시간을 단 한 사람과 살아간다는 것은, 오롯한 마음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란 것은 간사하여, 때로는 앞서가기도 때로는 한 발자욱 물러나기도 했다.
그와 함께인 나날이 지속되었다. 서로에게 충실한 관계에서 깊은 안정감과 포근함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때때로 찾아오는 생경함에 몸서리쳤다. 어떤 의구심은 화와 공격으로 바뀌었고, 그것을 빌미로 몇 번이나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했을는지 모른다. 그 환영은 나의 다른 면을 비추고 있었고, 나는 웃으며 손짓하고 있었다. 그것에 다가갔을 때 나의 다른 반쪽을 완전히 되찾아올 것만 같았다.
그 날, 나는 발가벗겨진 채로 울고 있었다. 치부를 미처 숨기지도, 조금이라도 가리지도 못한 채 나는 모든 것을 그에게 쏟아냈다. 나 자신이 보아도 초라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볼품없는 민낯을.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그는 한 걸음에 달려와준다거나, 다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거나, 내가 그 어떤 사람이라도 나를 사랑해줄 수 있다거나 감당해줄 수 있다 말하지는 않았다. 그날 밤, 그는 내 모습에 약간은 짜증이 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날이 밝은 후에도, 우리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민낯이 싫어 나를 떠났고, 나 역시 누군가의 그것이 싫어 떠났다. 누군가는 나의 가면, 그들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나의 이미지, 혹은 치부가 드러나지 않은 쪽의 나를 사랑했다. 나는 누군가의 매력적인 반쪽만을 사랑했고, 나머지 반쪽을 증오했다.
그 없이 나는, 반쪽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를 붙잡은 반쪽이 없다면 지상의 나 또한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밤,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나는 어떠한 판단도, 질책도, 포장 어린 격려도 없이 묵묵히 들었다.
세상은 적막했고, 우리 둘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