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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ULTURE

청춘의 증언(TESTAMENT OF YOUTH): 음악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한 그 찬란한 청춘의 기록물에 대하여.

by Singles싱글즈

뜨거웠던 청춘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 그리고 그 열렬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 서로 다른 타임라인을 가진 사람들이 물건으로 자신의 청춘을 증언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한 그 찬란한 청춘의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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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증언(TESTAMENT OF YOUTH)

- Music


8월 12일은 UN이 선정한 세계청소년의 날이다. 1990년에 제정되고 1998년에 개정된 한국의 청소년 헌장은 청소년의 책임에 대해 이렇게 표기하고 있다. ‘청소년은 앞 세대가 물려준 지혜를 시대에 맞게 되살려 다음 세대에 물려줄 책임이 있다.’ 오늘날 청소년과 청년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삶의 방식과 취향을 여러 형태로 표현하며 동시대의 어른들과 문화에 영향을 주고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초침을 한 뼘씩 움직이고 있다. 지금의 청춘들, 그리고 청춘의 열렬한 시간들을 이미 지나 보낸 성숙한 어른들이 자신의 청춘을 관통하는 물건을 꺼내 그로부터 배운 저만의 지혜를 나열했다. 내가 빠져 있던 것,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나라는 존재를 완성한 것,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반짝였던 것들. 저마다의 타임라인과 역사를 가진 이들이 타임캡슐에 고이 접어 넣은 ‘나의 청춘의 유산’, 그 찬란한 기록을 펼친다.




김은성(비이피씨탄젠트 대표)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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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담긴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기타를 연주했다. 밤낮없이 음악을 만들고 건반과 기타를 치며 그냥 미쳐 있었다. 그런데 대학에 가보니 음악으로 성공하는 것은 천재들만 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음악을 포기했고 제작자의 길을 걸어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여전히 기타는 청춘의 나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직업을 얻었다. 밤을 새우며 음악을 만든 노력과 시간들이 지금 큰 무기가 됐다. 다른 누군가는 밴드나 라이브를 위해 악기를 배워야 하지만 나는 따로 배우지 않고도 악기나 연주의 구성을 아티스트의 감성으로 연출할 수 있다. 그 시절의 기억과 경험은 정말이지, 어떤 금액으로도 살 수 없다. 그러나 음악을 마냥 사랑할 수 없어 슬플 때도 있다. 음악을 취미가 아닌 업으로 삼은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아주 가끔.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음악 제작자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관객을 행복해서 미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관객이 얼마나 행복해서 미쳤는지. 그게 음악 제작자가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연출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요소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직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세진(옥상달빛)

카세트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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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담긴 이야기.

나의 10대에는 팝이 있었다. 요즘은 앨범이 발매되는 순간 바로 들을 수 있지만 그 시절은 레코드점에 달려가 나오길 기다렸던 앨범을 구매해야 했다. 나는 나우-맥스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시작해 음악 취향을 브리트니부터 팻보이슬림까지 범위를 넓혔다. 20세기 소년 소녀들이여 기억나는지.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얻은 것은 취향이고, 잃은 것은 학업이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면서 취향이 생기고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가 됐다. 하지만 조금 과했다고나 할까? 노래 듣는 게 너무 좋아서 독서실에서도 공부 안 하고 음악만 주야장천 들었다.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좋아하는 것을 계속 곁에 두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온다. 감사히도 내가 그렇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하던 중학생은 결국 음악을 하며 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 일인지.





김윤수(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인터내셔널 팝 마케팅 이사)

CD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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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담긴 이야기.

외로운 유학 생활이나 힘든 시간에 늘 함께해주었고, 지금 하고 있는 커리어에도 영향을 준 물건.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얻은 것은 엄청난 양의 음악 앨범. 클래식, 가요, 팝 부서를 거치며 매우 다양한 종류와 장르의 이야기들을 속성으로 배웠고 흡수했다. 한 장의 앨범에는 한 아티스트의 인생과 역사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이 담겨 있다. 잃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청춘’과 ‘잃다’는 어울리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춘의 시기는 뭘 하더라도 결국은 무언가를 얻게 되는 시간이더라. 당장은 잃는 것 같지만, 그것 역시 얻고 있는 것이란 걸.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어찌 보면 음악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있었지만, 늘 새로이 접하는 장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시작하는 단계에서 그 누구도 완벽할 순 없을 거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마케팅을 해보니, 어느 장르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 음악 시장 자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고, 그래서 내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 ‘변화의 순간에 놓일 때, 피하지 말고 용기를 가질 것.’ 당장의 어려움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예방주사다. 지금은 아플지라도 결국엔 삶을 사는 데 큰 양분이 될 거다.





제영재(전 MBC PD, 블래스트 IP 총괄)

밴드 ‘퀸’의 LP

152786265_26-29,35,388.jpg 북 이미지 First Editon, Printed 2022 ⓒPRADA SPA


물건에 담긴 이야기.

한 영국가수의 부고 기사를 보고 호기심에 그가 속해 있던 밴드의 테이프를 사서 들었다. 충격이었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 중2병이 완치되는 느낌. '이거였어!' 팝인지, 록인지, 오페라인지 종잡을 수 없었지만 멋있었다. 그 가수의 이름은 프레디 머큐리, 노래는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나는 그들에게 매료되었다. 음악만 들으며 청춘을 보낸 건 아니지만, 청춘의 중요한 순간마다 음악이 있었다. 지금도 녹초가 되어 퇴근하는 차 안에서 그 시절 들었던 퀸이나 다른 록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힘들 때 집밥이 생각나듯 말이다. 청소년기에 만들어진 취향은 평생 힘들 때마다 위안을 주는 쉼터가 된다.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연륜이고, 잃은 것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청춘 그 자체다. 연륜은 착오를 줄여주고 인생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지만, 신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처음 접해보는 일들은 서툴고 그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하겠지만 그만큼 강렬하다. 그런 강렬함이 찾아오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경험도 하다 보면 진부해지고, 어느 순간 식상해진다. 퀸의 노래를 처음 듣고, 편견 없이 빠져들던 그런 순간이 어른이 된 나에겐 잘 오지 않는 것처럼.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청춘이 좋은 이유는 두려움, 창피함 없이 많은 일을 ‘처음’ 경험해볼 수 있는 시기이고, 서툴러도 초보자여도 괜찮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점점 많아진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해보기를!








박문치(프로듀셔 겸 가수)

클래식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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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담긴 이야기.

중학생 시절 악기를 처음 시작할 때, 어머니는 색소폰을 배우라 하셨지만 나는 아저씨 같다는 이유를 대며 기타를 택했다. 시간이 지나 음악을 전공으로 택한 이유도 어린 시절 기타를 배우면서 느낀 재미 덕이었다. 어떨 때는 기타를 빨리 치고 싶어서 집으로 달려간 적도 있었고, 교복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워 베짱이처럼 기타를 치기도 했다. 기타는 항상 내 배 위에, 옆에 자리하며 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 뭉치와 함께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최근에는 이 기타로 녹음을 진행해 그 사운드를 음원에도 사용하게 되었는데 감회가 남달랐다. 내 삶이 음악이 되도록 해준 고마운 아이다.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나중에 서울 가서 일하면 놀 시간 없으니까, 지금 최선을 다해 놀아버리자”라는 생각으로,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과 함께 최대한 재밌게 노는 법을 계속 연구하고, 그렇게 실행해왔다. 그 시절을 돌아보며 가장 먼저 하는 말이 “후회는 한 톨도 없다”일 정도니까. 가장 패기 넘치는 추억을 얻고, 가족 같은 친구들을 얻게 됐는데, 그때도 나의 친구들과 저 기타는 함께였다. 그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을 거쳐 잃은 것은 담낭이다. 청춘의 꽃인 줄 알았던 무리한 다이어트와 술이 나에게 담낭염을 안겼다. 실제로 담낭을 잃게 되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건강도 신경 쓰지 않게 되고, 사회에서 만난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을 얻었다. 그래서 남에게 잘해주는 만큼 나에게 잘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손석우(BH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문세의 음악들

527151894_26-29,35,3810.jpg 자료 사진 ⓒ서라벌 레코드(이문세 3집 앨범)


물건에 담긴 이야기.

워낙 호기심이 많은 소년이었기에 하나의 물건으로 정의하는 것이 어려웠다. 공부보다 문화에 지극히 관심이 많았던 나의 유일한 도피처는 영화 속 세상으로 빠져들거나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종일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밤이면 이불 속에서 듣던 라디오 속 이문세 아저씨 목소리가 내 유년시절 추억 속에 가득하다. 그만큼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과 영화에 쏟았던 그 시절 그 시간들이 지금 내 일에도 여전히 가장 큰 뿌리가 되어주고 있다.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듯, 그 당시 나는 스스로 상당히 불행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물어본다면 주저하지 않고 10대라고 말할 것 같을 정도니. 그렇지만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도 몰랐던 나를 돌이켜보면 그 순간 내 곁엔 늘 기타와 음악과 영화가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시간이 고맙다. 그 시절 그 큰 두려움과 불안이 나를 참 단단하게 만들어 사회로 내보내줬고, 그때 그 도피처에서 만난 많은 문화적 소양은 내 몸 깊숙이 뿌리내려 내 영혼을 지키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잃은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든 불행했었다고 생각하든 그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난 그 시절 얻은 것밖에 없더라.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영원히 나쁜 것도 없고, 영원히 좋은 것도 없다’는 지혜를 얻었다. 웃어라! 어차피 버틸 마음이라면, 웃으며 버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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