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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ULTURE

청춘의 증언(TESTAMENT OF YOUTH): 영화

타임캡슐에 고이 접어 넣은 ‘나의 청춘의 유산’, 그 찬란한 기록.

by Singles싱글즈

뜨거웠던 청춘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 그리고 그 열렬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 서로 다른 타임라인을 가진 사람들이 물건으로 자신의 청춘을 증언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한 그 찬란한 청춘의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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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증언(TESTAMENT OF YOUTH)

- movie


8월 12일은 UN이 선정한 세계청소년의 날이다. 1990년에 제정되고 1998년에 개정된 한국의 청소년 헌장은 청소년의 책임에 대해 이렇게 표기하고 있다. ‘청소년은 앞 세대가 물려준 지혜를 시대에 맞게 되살려 다음 세대에 물려줄 책임이 있다.’ 오늘날 청소년과 청년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삶의 방식과 취향을 여러 형태로 표현하며 동시대의 어른들과 문화에 영향을 주고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초침을 한 뼘씩 움직이고 있다. 지금의 청춘들, 그리고 청춘의 열렬한 시간들을 이미 지나 보낸 성숙한 어른들이 자신의 청춘을 관통하는 물건을 꺼내 그로부터 배운 저만의 지혜를 나열했다. 내가 빠져 있던 것,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나라는 존재를 완성한 것,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반짝였던 것들. 저마다의 타임라인과 역사를 가진 이들이 타임캡슐에 고이 접어 넣은 ‘나의 청춘의 유산’, 그 찬란한 기록을 펼친다.




김은정(전 패션지 편집장/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화 <헤어>

1191386382_33,35,36,38,395.jpg 자료 사진 ⓒCIP Filmproduktion GmbH, Tribe Entertainment Group(영화 <헤어>)


물건에 담긴 이야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원작인 영화 <헤어>는 베트남전 참전을 앞둔 청년과 히피들의 우정을 통해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지만 어릴 적 나는 영화의 내용보다 이들이 입고 있는 프린트 원피스, 귀고리, 보헤미안 룩에 온 시선을 뺏겼다. 온몸으로 자유를 표현하는 히피 스타일을 이때 처음 접했고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내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히피 스타일은 이때 영감을 얻은 것이다.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학창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그 덕에 불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되었고 프랑스의 개방적인 문화와 패션을 일찌감치 접하고 배웠다. 덕분에 사람들과 ‘잘’ 대화하는 법을 깨달았고 남에게 얽매이지 않고 티 없이 맑은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 삶의 방식, 패션 스타일, 삶의 태도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그때 배웠다. 그러나 오랜 외국 생활로 당시 84학번, 교복 자율화가 막 시작되던 시절 한국에 돌아왔을 때 사자성어와 같은 한자와 어려운 한글이 서툴러 콤플렉스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패션 에디터로 생활하며 어려운 사자성어를 쓸 일이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고 노력해라. 새로운 문화, 새로운 인종, 새로운 분야 뭐든 좋다. 익숙하고 편한 것들만 추구하지 말고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소통하고 배워 다문화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가 가지는 힘이 크다. 그게 무슨 대화든, 자꾸 궁금해하고 소통해보길!






에릭오(애니메이션 감독)

마이클 두독 드 비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

245154914_33,35,36,38,396.jpg 자료 사진 ⓒCinéTé Filmproductie BV, Cloudrunner Ltd(애니메이션 <아빠와 딸>)


물건에 담긴 이야기.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예민한 감수성으로 가장 치열하게 자아를 성찰하던 대학시절이었다. 유화 냄새가 가득한 회화과 실기실에서 밤을 지새우던 어느 날, 나는 움직이는 그림으로 스토리를 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후 머지않아 우연히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수묵, 목탄, 잉크를 재료로 한장 한 장 그려진 이 작품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절절한 마음을 너무나 시적이고 아름답게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을 울린 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 변치 않는 무언가를 잡아내고 있다는 지점. 젊은 날의 나는 ‘살면서 이런 작품을 하나라도 남길 수 있다면 세상을 떠나도 괜찮겠다’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지난날의 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겠다는 신념과 꿈에 오롯이 집중한 채 청춘을 보냈다. 덕분에 지금 나는 어린 시절 내가 그렸던 대로, 혹은 그 이상의 모습으로, 내 이야기를 하는 감독으로 살아가고 있다. 큰 후회는 없지만, 작품 외적인 삶을 조금 더 채울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한다. 나는 어릴 때 그 흔한 게임, 운동, 일상의 놀이를 경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혼자만의 시간에 파고드는 걸 즐겼다. 돌이켜보니, 그때 친구들과 세대적으로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을 많이 간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AI의 발전으로 화려하게 출력된 영상과 이미지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아버지와 딸>처럼 거칠어도 사람의 손으로 작업한 목탄 애니메이션이 여전히 더욱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SNS와 미디어로 인해 요즘처럼 자신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없었던 것 같다. 청춘의 시간은 삶에서 어쩌면 가장 감성적으로 자유롭고, 어디로든 헤매일 수 있는 때다. 그때 내리는 결정과 경험이 나라는 사람의 뼈대를 빚어낸다.






이순재(배우)

영화 <햄릿(1948)>

980564774_33,35,36,38,397.jpg 자료 사진 ⓒTwo Cities Films(영화 <햄릿>).


물건에 담긴 이야기.

한국전쟁 후 195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냈다. 이때 고전 명작 영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중 대학교 2학년 때 보고 감명을 받은 영화가 <햄릿>이었다. 좋은 작품을 보며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나를 연기자 의 길로 이끌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10대에 잃은 것을 먼저 얘기하자면 학창시절의 낭만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6.25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다른 세대처럼 평범하게 학창시절의 낭만이나 추억을 쌓지 못한 것이 아쉽다. 얻은 것은 그로 인해 학업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다는 것. 고교시절 교장 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실력 있는 인격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세 번 지각하면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하셨다. 태도와 인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신 거다. 지금도 학생들의 성장 과정에 인성 교육이 절대적인 필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조병화 시인, 황순원 작가 같은 명망 있는 예술가들이 선생님으로 계셨던 것도 나의 청춘시절에 큰 영향을 줬다.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우리 모두에겐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다. 그걸 알고 스스로 목표를 정해 나아가길 바란다.





다니엘 헤니(배우)

영화 <베스트 키드>

584787686_33,35,36,38,398.jpg 자료 사진 Columbia Pictures, Delphi II Productions, Jerry Weintraub Productions(영화 <베스트 키드>)


물건에 담긴 이야기.

이 영화는 지금도 나에게 영감을 준다. 삶의 장애물로부터 올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 가운데서 자신과 내면의 잠재력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믿고 인내한다면 꼭 꿈을 이루게 된다는 멋진 교훈을 전달하기에.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Self-Trust.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내가 청춘일 때 스스로를 믿기 때문이다. 영화 속 동명의 주인공 다니엘처럼 나 또한 스포츠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 나 역시 내 안의 자아를 찾고 그 자아를 더 알아가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반면 대다수의 어른이 그러하듯 청춘을 보내며 어릴 적의 순수함을 잃는 것 같다. 청춘이었을 때의 그 순수하고 담대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직감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내면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스스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않으면 지름길이 아니긴 해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결국 꿈을 이루는 그 여정의 길 위에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Just trust in the process.”






권유정(제너럴밀스 코리아 대표)

영화 <쇼생크 탈출>

1726666863_33,35,36,38,399.jpg 자료 사진 Castle Rock Entertainment(영화 <쇼생크 탈출>)


물건에 담긴 이야기.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 대사는 나를 움직이게 했다. 크게는 이직이나 승진, 작게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임하는 등 커리어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결혼과 출산, 다둥이 육아와 같은, 인생에서 마주한 새로운 변화가 두려울 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줬다. 불안해하기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또 수동적이기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사랑하는 남편과 세 딸, 학교와 회사에서 만나 지금까지 이어온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어떤 커리어에서든 배움이 있다면 실패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얻은 깨달음의 연장선에서 교만함은 사라졌고 늘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청춘으로부터 내가 배운 지혜.

인생에서 수없이 마주하는 파도는 맞서고 넘어서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 파도를 타고 놀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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