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합격인지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뭐가 좀 달라질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문자, ‘OOO님은 우리 회사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왜 불합격인지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뭐가 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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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채용 결과가 발표된 후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맥주 캔을 따지 않아도 되겠다. 불합격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지만 적어도 왜 탈락을 했는지는 알려주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 중이기 때문이다. <싱글즈>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90.6%가 합격 당락 여부에 대한 피드백을 원한다고 답했다.
여론이 이렇다 보니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법안이 발의된 것은 어찌 보면 늦은 감도 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19·20대 국회에서부터 여러 의원이 발의한 적 있지만 계속 이어지진 못했다. 여전히 결정된 것 없이 의견만 오가는 중이다.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구인자는 구직자의 요청이 있으면 14일 이내에 탈락 사유를 알려야 한다는 것으로 구직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해소해줄 수 있는 사이다가 될 수 있지만, 기업에는 또 다른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고 지원자의 스펙 상향선만 올라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양측의 말을 모두 들어봐야 하는 사안이다. 과연 이 법안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구인자와 구직자의 입장에서 찬성, 반대 의견을 들어보았다
* 설문조사는 싱글 플러스(www.thesingle.co.kr)에서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358명이 참여한 결과다.
오늘도 사무실 전화는 불이 난다. “저는 왜 떨어진 거죠? 면접 분위기 좋았는 데요”라는 전화가 오늘만 해도 벌써 7통째다. 입사 전에는 나도 몰랐다. 인사팀이 얼마나 바쁘고, 인사팀의 막내 사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안 바쁜 부서가 어디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대기업 인사팀은 1년에 2번 공채를 치르고 나면 새치 염색을 다시 해야 할 정도다. 지금도 이렇게 무지막지한 업무량과 면접 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패기를 불사르던 취준생들이 ‘최선을 다해서’ 하는 컴플레인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불합격한 사람에게 통보는 물론, 불합격 사유까지 친절하게 밝히라고? 그러면 결국 행정 업무 부담만 커질 뿐이다. 직원은 한정적이고 불합격 사유를 통보하기엔 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사람을 더 뽑으면 되지 않냐고? 아니, 현실은 그 반대다. 피해는 오롯이 취준생들의 몫이다. 성이윤(대기업 인사 담당자)
예상했다고 해서 탈락이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면접을 잘 못 봤다는 걸 스스로 알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기대마저 없으면 매일 눈을 뜨면서 ‘난 루저야’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만 같다. 누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나의 부족함을 알고 있다. 모두 모른척 외면할 뿐 각자의 부족함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그러니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 낱낱이 알려주지 않았으면 한다. 부모님, 친구들의 팩트 폭행으로도 충분히 전치 5주 이상의 부상을 입은 상태다. 불합격한 것도 서러운데 굳이 팩트로 맞고 싶지 않다. 지금 부상이 너무 심각하면 다음 회사로 가기 전 배가 침몰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제대로 된 피드백을 듣는 것도 쉽지 않다. 좀 과장하자면 내 외모가 마음에 안 들거나,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떨어뜨렸는데 “지원자님의 외모가 면접관님 스타일이 아니라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오진 않을 테니까. 제대로 들을 수 없다면 그냥 모른 채 넘어가자.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오늘도 ‘이 회사만이 살길이다’라는 생각으로 자소서의 첫 문장을 바꾸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김태윤(취준생 2년 차)
본격적인 채용 시즌이 왔다. 그저께, 어제, 오늘도 문자를 받았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지원자님은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자다. 지원자가 많을수록 탈락자는 많고, 그만큼 떨어진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 일부 회사에서는 조금씩 시범적으로 불합격 사유를 알려주고 있다. 호기롭게 발의되지도 않은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열린 마인드의 회사인 것처럼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사유는 모두 같다.
‘지원자님이 부족한 것은 아니나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 부족한 것은 아닌데 회사와 맞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알려줄 거라면 제대로된 이유를 알려줘야 하는데 정작 구체적인 내용은 쏙 빼고, 허울만 좋고 얼핏 보면 취준생 감성 제대로 자극하는 문구로 도배한 사유만 나열해놓았다. 차라리 그냥 ‘불합격입니다’라는 심플한 문자만 받고 싶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알려줘서 찝찝함만 남는 것보다 모르는 채로 사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구민교(취준생 4년 차)
이별 중에서 가장 비참한 이별이 ‘잠수이별’이라는 말이 있다. 어제까지는 너무 사랑했고, 핑크빛앞날을 꿈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것만큼 버려진 연인의 피를 마르게 하는 일도없기 때문. 채용 전형에 따라 열심히 준비했고, 면접까지 잘 마쳤는데 합격 여부에 대한 연락이 오지 않아 하염없이 기다린 경험은 구직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언제쯤 연락이 오는지, 연락이 오긴 오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기다리는 것을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몇 번 반복하면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가슴 한구석에 미련을 품은 채로 포기하고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난다. 이유까진 바라지 않으니 불합격했다는 통보만이라도 받고 싶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회사가 너를 모시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라는 긴 헛소리가 아닌 ‘응, 너 불합격’이라는 간단한 문자여도 좋으니 제발 당락이라도 알려줬으면 한다. 임연주(취준생 1년 차)
사진제공 www.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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