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가 발굴한 라이징 아티스트, 아야코 록카쿠
무라카미 다카시가 발굴한 라이징 아티스트, 아야코 록카쿠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우주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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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코 록카쿠는 붓 대신 손을 사용해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물감을 직접 바르고 눌러 찍는 방식으로, 작가의 몸과 시간, 그리고 작업의 흔적을 고스란히 화면에 남긴다. 아야코 록카쿠의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Breathing with the Chaos)»는 토탈미술관에서 2026년 2월 8일까지 열린다.
커다란 눈망울의 귀여운 소녀, 몽환적인 색채, 두껍게 쌓인 물감의 질감. 아야코 록카쿠는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그려왔다. 그에게 물감의 촉감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원시적 감정으로 돌아가는 통로이자 캔버스 위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하는 방식이다. 붓을 쓰는 순간이 인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작가는 손가락으로 그리는 행위를 “에너지 온도를 표현하는 것”이라 말한다. 토탈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 《혼돈과 함께 숨쉬기》는 작가가 전 세계를 오가며 마주한 감정을 담고 있다. 도시마다 다른 시선을 경험하며 아야코 록카쿠는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상황 속에서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다. 혼돈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귀여운 소녀부터 추상적 에너지의 흐름까지, 이제 아야코의 작품 세계는 더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소녀는 어떻게 당신 작품 세계의 정체성이 됐나? 그 시작이 궁금하다.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 주로 공원에서 그리거나 사람들 앞에서 라이브 페인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람에게 집중하며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또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일본 특유의 캐릭터와 귀여운 것들에 둘러싸여 생활했다. 나도 모르게 귀여운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을 그림에 녹일 수 있었던 것 같다.
20년간 손가락으로만 그려왔다. 왜 이 방식을 고수하나?
우연이었다. 손가락에 묻은 물감을 골판지에 쓱 그었을 때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이 방식을 유지해오고 있다.
촉감은 당신 작품에서 어떤 의미인가?
손가락을 캔버스에 찍어 색을 얹는 순간 손의 궤적이 고스란히 남는 느낌이 든다. 그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듯하다. 이따금 작은 그림이나 윤곽을 표현할 때 붓을 사용하긴 하지만, 붓을 쓸 때마다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손가락으로 그리는 것 자체가 내 에너지 궤적을 따라 그린다는 느낌이다. 에너지 온도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까.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렸을 때 추억을 떠올리거나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추상으로의 변화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 걸까?
그림을 그리면서 화풍이나 소재가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사이 트웜블리, 잭슨 폴록, 모네, 로스코 등 추상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작품을 볼 때 형태가 뚜렷하면 눈으로 먼저 판단할 것이다. 반대로 추상화는 그림 속 다양한 요소를 통해 굉장히 복잡하고 폭넓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걸 “몸으로 느낀다”고 표현한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작업 안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끄집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추상 작업을 할 때도 생명체의 귀나 눈을 상상하면서 그린다. 관객은 처음엔 큰 형태를 보고, 그다음엔 그 주변의 작은 생명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로 인해 그림을 2번 체험하는 느낌을 받는다.
추상화 속에도 귀여움이 남아 있나?
물론이다. 귀여움(Kawaii)은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일본에서는 제품의 주의 문항에도 귀여운 캐릭터를 넣을 정도로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일본 문화에 깃든 이 감수성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30일간 서울에 머물며 작품을 만들었는데, 작업 중 산책하다 갑자기 나타나는 고양이나 자연 속 작은 생명체를 보면 ‘작은 발견’을 했다는 느낌이 든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라도, 나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모든 것에 반응한다.
생동감 넘치는 작품에 '혼돈과 함께 숨쉬기'라는 전시 제목이 의외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전시하면서 세계를 다각적으로 보게 됐다. 유럽 내부에서도 문화 차이가 크고, 일본·중국·한국처럼 동아시아 안에서도 공통점과 차이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더라. 좋고 나쁨을 떠나 이런 경험이 내 안에 쌓이면서 혼돈이 생겼다. 평면 작업과 조형 작업을 병행하며 마음속에도 다양한 결이 뒤섞였다. 그 혼돈을 정리하는 대신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엔 귀여운 소녀 그림도 있고, 추상화도 있고, 조형 작업도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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