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끼 에요
"하뚤하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자세를 잡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사람, 자동으로 미끄러지는 자동 고무판 위를 연신 달리는 사람, 누운 채로 어깨의 두 배는 될 법한 긴 쇠봉을 들어 올리는 사람, 풀업을 위해 턱걸이 봉에 매달려 있는 사람.
제각각 운동에 한창입니다. 보통 풀업기구나 아령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전면거울이 배치되어 있지요. 열 개 남짓 아령을 들고 나서 몸의 변화를 살피겠다고, 몸을 돌려가며 가슴근육을 살펴보는 남자들이 있는 그곳이요. 스스로가 볼 때는 분명 벌크업이 된 거 같습니다. 손으로 흉근을 찔러보기도 합니다. 남들은 몰라도 본인은 느껴요. 어마어마하게 커진 가슴근육을요.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긴 한데 사실 거울은 운동의 바른 자세를 위해 필요합니다. sns에 사진을 올리는 목적으로도 쓰이긴 하지만, 거울의 본래 목적은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운동을 하기 위함입니다. 근육의 움직임을 보면 조금 힘이 나기도 하지요.
벤치프레스 3세트를 마치고 풀업을 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평소에는 잘 신경 쓰지 않아서 보지 못했던 문구가 적혀있네요.
그냥 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
문구를 보고 나서 빵 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삐뚤삐뚤 쓴 글씨체로 보아 회원들을 위해 게시한 글은 아니에요. 저 글을 쓴 사람 스스로를 위해 적은 문구겠지요. 센터에서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 몇 있는데 아마도 그들 중 한 명이 쓴 모양입니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자극이 필요합니다. 부위 별로 지속적인 자극을 주어 근육을 붓게 하면 그 근육이 상처를 입고 회복이 되는 과정을 통해서 소위 말하는 근육이 생기지요. 같은 동작을 15회 3세트 방식으로 반복합니다. 한 동작을 마치면 다른 부위를 위해 또 다른 세트 운동을 하고요. 이렇게 보통 10~15회 3세트를 10개 안 밖으로 하곤 합니다. 저처럼 생활체육인이 그렇다는 것이고, 전문적으로 근육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 세트 회수는 어마어마하죠.
문구를 보고 웃음이 터진 이유가 있습니다. 식단조절에 단백질 보충제까지 먹고 100kg이 넘는 바벨을 수십 회, 수백 회 드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입이 쫙 벌어져요. 예능인 김종국 씨처럼 운동을 진심으로 즐기지 않고는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거든요. 그런데 저 문구를 보고 있자면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세트운동을 하다 보면, 2세트 차례인데 '3 세트 한 건가?' 싶은 긍정적 착각이 올 때가 많아요. 15개 바벨을 들다 보면 숫자를 건너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여섯!...여덟 아홉 열!!"
하물며 아직 운동이 절반 이상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운동이 하기 싫은 별의별 이유가 고개를 쳐듭니다. 그럴 땐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죠. 생각이, 이성이 고개를 쳐드는 순간부터 운동이 더 힘들어집니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근육맨들도 '운동은 하기 싫은 거구나.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는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터졌던 겁니다. 삐뚤삐뚤 적은 그 짧은 문장에 완전히 공감이 돼서 웃음이 터졌던 거죠.
연중행사로 행하는 신년계획부터, 크고 작은 삶의 도전들, 일상에서 마주하는 루틴들까지.
하루 위에서 우리가 행해야만 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행하는 것이 있는 반면에 실패하고, 포기하는 것들도 많아요. 생각해 보면 실패와 포기의 순간에는 늘 여러 핑계가 함께합니다. 개인의 합리화가 숨어있죠. 생각이 많을수록 실패와 포기는 빈번해집니다.
어쩌면 우리의 '하다'와 '지키다' 같은 행동에 필요한 것은 무상(無想)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면 되는 것인데요. 그것이 어려워서 두리번두리번 자꾸 옆을 봅니다. 하기 싫은, 하지 못할 이유를 찾는 유상(有想)의 집념으로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브랜드의 유명한 카피죠. 정말 잘 만든 카피입니다.
Just do it.
그냥 하면 될 것들이 제게도 많군요.
다른 생각 말고 그냥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