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솨봤어?
소금과 설탕의 입자는 다릅니다. 얼핏 보면 투명 양념 통 안에 있는 하얀 가루들이 서로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요리를 한 두 번만 해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어요.
아침식사 대용으로 미숫가루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고기처럼 씹어 먹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아니니 미숫가루를 녹인 물을 씹어 삼킨다고 해야 맞겠군요. 저는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맛있는 미숫가루물을 챙겨 주려는 마음이 고마워서, 설탕을 듬뿍 넣어 달달하게 만든 미숫가루 물을 몇 번 마셨습니다. 2주도 채 못 갔지만요. 소금을 설탕으로 착각했다고 하더라구요. 큰 술 소복하게 두 번. 어쩐지 녹는 게 이상했대요. 소금이 들어간 미숫가루를 한 번 벌컥벌컥 마신 뒤로는 황토색 물은 이제 잘 마시지 않습니다. 그 색을 보면 괜히 입이 짜고 써요.
미각이 신경계를 통해 대뇌로 전해지는 속도가 성인어른이 물을 마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소금은 짠맛이 아니라 쓴 맛이라는 것도 함께요.
300ml 물에 소금 큰 술 두 개.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의심이 갑니다. 사실은 실수가 아니었던 건 아닐까요? 의도적 사고 같습니다. 합리적 의심을 가질만하죠? 삭힌 홍어를 처음 먹었을 때도 이 정도로 놀라진 않았거든요. 이건 뭐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아니구요. 무거운 상자인 줄 알고 들었는데 빈 상자였던 적을 떠올려 보세요. 예상하지 못했을 때 그 놀람이 더 큰 법입니다.
사람은 종종 실수를 합니다. 몇 날 며칠을 해온 일인데, 수도 없이 해온 일인데 느닷없이 실수를 할 때가 있어요. 설탕이 아닌 소금을 왕창 넣은 미숫가루를 먹는 작은 문제로 이어질 때도 있고, 운전 중 하는 작은 실수는 교통사고로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업무나 일상에서 발생하는 실수들이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요.
작고 큰 문제의 경중을 떠나 실수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합니다. 자책하고, 스스로를 강하게 책망하기도 하지만 실수에 매몰되기보다는 포기하지 말고 잘 극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고비를 넘겨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요.
그런데 실수를 하지 않고 잘 해내는 것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것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하루에서 우리가 행하는 것이 얼마나 많아요? 어느 누구도 실수하는 것보다는 잘 해내고 있는 것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여전히 내 삶은 실수가 잦습니다.
그리 많은 실수를 하고도, 아직도 실수하는 내 모습이 신기합니다.
나아지는 사람이 있다면 나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가지를 같이 이루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나아지기 위해 잠시 멈춰 서고
누군가는 나아가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사랑의 편지> -바리스타 정용덕-
나아가고 있거나, 나아지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오늘은 조금 더 나아지길. 그렇게 또 나아가길 하고 살아갑니다. 실수한 것에 너무 매몰되지 말자고 노력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