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브랜드 싱귤러한이 시작된 지 13년이 되었습니다. 물론 뉴욕에서 작게 엣시에서 판매를 하면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13년이라는 기간을 오롯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썼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싱귤러한이 시작된 건, 미국으로 가기 전에 배웠던 한지공예를 팔면서 시작되었어요. 미국 사람들이 동양적인 상품들을 보면 모두 중국이나 일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만들어서 선물로 주려고 했던 한지공예 상품들을 엣지에 팔면서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 싱귤러한입니다.
팔려면 상점이름이 있어야 하잖아요. 싱귤러한이라는 이름도 어느 날 불현듯 저에게 다가온 이름이에요. 영어의 Singular와 한글/한자의 '한'을 붙여서 '싱귤러한'이 되었습니다.
브랜드를 만들려면 그 이름 또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저의 싱귤러한도 그 이름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줍니다.
싱귤러 - 무엇보다도 좋은
한 - 많은, 유일한, 한국, 하나
'한'은 하나의 단어에 여러 뜻을 가지고 있고, 그중에도 서로 반대의 뜻이 있는 것이 저에게는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싱귤러한 작품'이라고 하면 '유일하게 좋은 작품'이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미국에서 한국 전통상품을 팔면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국의 전통문양이나 유물들이 다른 동양의 것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싱귤러한을 시작하고 얼마 후에 저는 한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합니다. 미국으로 떠났을 때처럼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어요.
미국에서는 대부분 정시에 퇴근을 했고, 퇴근을 하고 나면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전공자도 아니고, 배운 적도 없지만, 일단 물감과 캔버스를 사서 그렸어요.
어떤 분들은 취미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 모든 세트를 구비해야만 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그 반대 성향이에요. 제 성격이 원래 끈기 있게 오래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얼마나 오래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가장 저렴한 것으로 준비했죠. 미국의 32번가에 가면 달러샵이 있어요. 거기에서 1 불하는 붓세트와 3 불하는 캔버스와 물감을 사서 시작했죠.
저의 첫 작품입니다.
(여담인데요, 나중에 보니, 당시 만나고 있던 남자 친구가 바람을 핀 상대의 얼굴과 닮아있었어요. 나 신기가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림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직장을 구하면서 꾸준히 그리기 시작했고, 한 갤러리의 큐레이터에게 연락이 와서 2016년에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직장에 다니면서 나만의 것을 하고 싶어 알아보다가 아트 작품으로 상품을 만드는 것이 그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싱귤러한은 유화 작품을 담은 리빙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로 2017년도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한국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소심하고 급한 성격에 대범하게 공장을 돌리고 물건을 생산해서 무조건 팔아봐야겠다는 배포도 없고, 직원들을 고용해서 사업을 번창시키겠다는 용기도 없었고, 브랜드가 자리 잡을 때까지 수익이 없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참을성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건 여전해요. 그러니 지금까지 6년 동안 천여만원이 매출이 전부인 거죠.
만약에 직장을 안 다니고 오롯이 싱귤러한 브랜드에만 매진을 했다면 매출이 좀 좋았을까요? 아직도 저에게는 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입니다.
작년 2023년까지 직장과 사업을 병행하다가 직장을 그만둔 것이 11월이니, 이제 오롯이 사업자 대표로는 3개월 차입니다. 현재는 한 달에 매출 백여만 원이 전부입니다. 25일 카드값을 낼 때만 되면 달콤했던 월급의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구인사이트를 헤매기도 하고, 걸려오는 헤드헌터들의 전화를 거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제가 1인기업으로 좌충우돌하는 스토리를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