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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노니 Dec 18. 2023

엄마지만 사회 구성원이고 싶어.

'엄마'보다 '나'이고 싶은 욕구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정서에 좋더라.'


커가면서 나와 엄마의 관계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우리의 모녀 관계는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나는 그 이유를 단순히

일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가 주 양육자였기 때문이라 믿었다.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애들이 대부분

정서적으로 안정되었다는 말을 주워듣고는

후에 아이를 낳으면 꼭 내 품에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엄마가 된 지 7년 차.

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가 4살이 되었을 때 어린이집에 보냈다.

보내고 나면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렸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종이에 담는 행위는

마음에 있던 이유 모를 답답함이 사그라들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참 소중했다.



그림 때문에 시작한 sns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내 그림이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그제야 내가 꽤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걸 알았다.



당시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어린이집은 몇 달은 보내고 몇 달은 쉬었다.

 짧게나마 보냈던 기간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같이 있는 시간이 두 배로 힘들게 느껴졌다.



다시 등원하게 되었을 때

코로나를 걱정하면서도

기어이 마스크를 씌워 보내는

모순적인 나를 보면서

그제야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꾸역꾸역 버텨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인정하고 나니 왜 그동안 답답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엄마가 아닌 나를 위해

뭔가를 열심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내 머릿속의 그림을 표현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아이가 자는 시간에  

온라인 강의나 책을 읽으면서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에 학교에 가지만 아이는 아직도 엄마를 찾는다.

아직은 '나'보다 '엄마'로서 지내야 하는 시간이 길다.

 얼마 전에 들어온 일 또한

아이 방학 기간이 맞물려 제안을 거절해야만 했다.



 스스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지만

마음 한편에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 시니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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