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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 Apr 30. 2018

기업의 탄생 [05. 셀트리온]

실직자들이 모여 설립한 제약회사

1999년 당시만 해도 셀트리온을 설립한 서정진 대표는 실업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임원으로 일했던 대우자동차가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파산하고 만 것이다. 그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그의 이러한 노력도 기울어진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

가족들은 그의 퇴직을 염려했다. 경기는 여전히 좋지 못했고, 40대의 나이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퇴직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장모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계획이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더 이상 출근할 곳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던 데다 장모님의 잔소리까지 듣게 되자 그는 예전의 직장 동료들을 모아 조그만 사무실을 차리기로 했다. 사업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장모님의 잔소리를 피해보고자 한 것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 동료들이 그의 의견에 동조해준 덕분에 한동안 그는 장모님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사무실로 출퇴근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동료로부터 앞으로 바이오산업이 뜰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곧 많은 제약회사들의 특허가 만료되는데, 특허가 완료되는 약과 동일한 성분의 약을 제조하여 판매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이야기였지만, 그들은 함께 바이오산업에 대한 시장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이는 그들 모두가 시간이 많은 실업자 신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료의 말대로 제약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제약회사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 시장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확인한 그와 그의 동료들은 복제약 시장을 목표로 함께 사업을 해 보기로 했다. 제약회사인 셀트리온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동일한 성분의 약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덕분에 셀트리온이 제조한 약들은 큰 인기를 끌었고, 이는 곧 매출로 이어졌다. 오늘날 셀트리온은 코스닥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성장하였는데, 실직이라는 시련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안겨 준 셈이다.


[참고 기사] 손성태(2011.04.19),"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34세에 대우車 임원, 7년 뒤 실업자 전락",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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