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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Mar 30. 2018

사람이 필요한걸까,
희망이 필요한걸까.

2월의 마지막 밤, 3월의 첫날사이. 
3월 1일, 삼일절. 공휴일이다. 

요가원의 살림은 아직 막 풍족한 편은 아니지만 돌아가는 꼴을 보니 자알 돌아가고 있긴 하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이곳을 아껴주는 이들이 늘어간다. 이제 날씨 좀 따뜻해졌으니까 빨리 나가서 전단지를 돌리라는 회원님도 있고.. 매월이 끝나갈 쯤, 다음달 시간표가 어떻게 되는지.. 삼일절은 쉬는지.. 빨리 공지를 띄워야하지 않냐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저 다행스럽다. 불과 한달전만해도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는데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다. 일과 관련된 문제는 아니고 지난 사랑의 잔재로 생각이 꽉 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의 시간들을 몇달간 꽤 오래도 보냈던 것 같다. 나 나름대로의 정리를 통해 지금은 많이 안정상태다. 힘든 시기에는 누구든 곁에 있어준다면, 매일을 싸우더라도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거면 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필요한 줄 알았다. 곁에 누가 상시대기라도 해주길 바랬던 것 같다. 

그 시기,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야?' 연인관계의 사람들 대부분이 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참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생에서 애인, 사랑하는 존재들은 그닥 전부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서 전부가 될 수 없는 주제의 사건들로 인해 왜 현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피폐한 삶을 자처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했다. 누굴 만나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고,

나는 더 많은 사례가 필요했다. 대의적인 명분으로 많은 책을 읽었고, 여러가지 입장과 견해를 살폈다. 사람의 인생이란 무엇을 남기게 되는 걸까, 기억되고 떠나간 많은 위인들의 인생에서는 무엇이 최고의 가치였고, 그들의 사랑은 어땠을까. 하는 의문. 운명같은 사랑을 하고도, 결혼하고 이혼한 작가들도 많았고, 사랑을 고통의 수단으로 여기고 그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도 있었다. 어떤 경험들은 우리를 공감하게 해준다. 이야기는 비슷한 사례들을 연결시켜준다. 설득력을 지니게 되고, 예술적 가치로 재창조된다.

사랑의 지속 가능성, 영원한 사랑이 존재할까?
우리 요가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직장인 여성들이 주류다. 나 역시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참  재밌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데, 우리들의 화두는 요즘 그랬다. 글쎄 말이지, 우리말야, 120-140살까지 산대, 무슨 문제가 생길까? 일단은 현성님 왈, '한 인간이 120살 이상을 살면, 가져야 할 전문직업이 최소 3개 이상이어야 한대요.' 생명연장의 문제는 당장 하루 입의 풀칠하는데서 끝나지 않았다.  좀 더 주도면밀하게 노후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는거고, 일단 나의 관점은 결혼 적령기. 사실 나 이미 늦었다. 체감상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게 걱정할 문제일까? 지금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 살면 거의 100년을 함께 살아야해. 이거 괜찮겠어? 뭐 이런 문제. 사실 괜찮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100년이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에 있지 않다. 누구와 함께 보내는 것에 있다. 바로 우리에겐 주어진 시간이 꽤 많다고 볼 수 있다는 것. 급하게 찾을 필요가 없다. 나는 사랑이라는 종교를 믿는다. 세상 모든 이들이 당연하게 구원받을 수 없고, 모두에게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아주 운이 좋은 사람들만이, 얻게 된다. 어쩌면 이번생에 없을지도 몰라. (사실 나의 이런 사랑에 대한 환상이 모든 상황을 더 어렵게 끌고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또 분명한 것은 나는 곁에 있는 누군가 보다 꿈이 있는 혼자가 좋다. 꿈의 완결체보다 매일 꿈 꿀수 있는 하루하루들을 더욱 소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상형.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 안경낀 사람을 좋아한다. AB형을 좋아한다.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을 좋아한다. 예민한 사람을 좋아한다. 사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겁나게 기빨리고 겁나게 지친다. 하지만 좋아한다. 거부하고 싶지만 내가 고유하게 끌리는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러운 요소들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여전히 거부하고 싶다) 거부하고 싶으니까 앞으로는 저렇게 디테일하지 않게, 좀 더 포괄적이고 함축적인 명시를 갖기로 했다. 바로, 꿈 꿀수 있게 해주는 사람. 생활이 가능한 사람말고, 꿈꾸게 해주는 사람. 거기까지 아니면 그냥저냥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은, 인생 또 인생이다 :-) 이제야 좀 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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