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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Apr 09. 2018

홍대 도담요가_ 양영일님

홍대 직장인 남성의 취미 찾기, 요가의 시작.

제가 매일 출근하는 서교동에는 요가원이 많습니다정말 많습니다이 많은 요가원들이 장사는 잘하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많습니다보다 보니 이런 쓸데없는 걱정 외에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온갖 신기한 동작들만 인쇄된 선간판들을 보면서 저 동작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걸까 싶기도 했고핫요가는 뭐가 그리 뜨겁고아메리카 요가라는 미국산 요가도 있나 싶었고스카이 요가와 플라잉요가는 대체 뭐가 다른 건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밥벌이의 지겨움 때문에 다녀보지도 않은 요가원들의 외관에 정을 붙일 즈음, 회사 옆 건물에도 요가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항상 지겨운 것만은 아닙니다. 가끔 그렇다는 말입니다. 선생님, 꼭 익명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날이 도담요가를 처음 방문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침 삐걱거리는 손목 때문에 병원을 들락거리던 때라 상담이나 받아볼 요량으로 들른 도담요가는 제 가 요가원들을 지나치며 느꼈던 막연한 선입견과는 조금 다른 곳이었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은 시끌벅적했고 오가는 이야기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선생 님은 무지한 저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주셨지만, 죄송하게도 초급반이 따로 없다는 것과 저에 게 요가가 딱이라고 하셨던 것만 기억이 납니다. 신선함과 거리감을 함께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원체 터를 가리지 않고 배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라 생각해온 저였습니다. 하지만 고수들의 자기계발모임 같은 곳에 머릿속이 백지처럼 깨끗한 새내기인 제가 낀다 한들 몸이나 제대 로 가눌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도 여전히 삐걱거리는 손목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문득 굽어 있는 허리도 인지 했습니다.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곳에서 상담을 받아본들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아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결심했습니다. 백지에 수표의 양식을 갖추고 값어치를 매겨보기로 했습니다. 고생문은 그렇게 충동적인 감성을 매개로 열렸습니다. 


그리고 지옥을 맛보았습니다굳이 내 몸을 이렇게 찢어버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수강료를 결제했던 날 글자가 빼곡했던 종이를 보고 무심코 서명했던 것이 혹 신체포기각서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소수의 취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 같은 돈 내고 고문 을 자처하는 것도 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선생님의 말씀은 분명 한국말인데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에게 이러려고 요가를 시작했나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일단 본전은 찾고야 말겠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마인드로 어떻게든 찢어보았습니다왠지 혼자만 핫요가를 하는 것처럼 요가 매트를 땀으로 흠뻑 적시며 찢었고주위의 평온함을 깨는 헐떡거림과 함께 찢었고선생님이 손수 제 몸을 찢어주실 땐 미처 삼키지 못한 괴성을 흘리며 찢었습니다선생님은 그렇게 수업이 끝난 저를 보고 젖은 수건 같다고 하셨지만제가 본 선생님은 마른 수건에서도 인정사정없이 뭐든 한 바가지는 족히 짜낼 분 같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은 참 좋은 분입니다본전생각이라는 불순한 이유로 하이텐션을 일관했던 저 에게 딱히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습니다이따금 부리는 오기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귀찮은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수련시간이 끝난 후에도 궁금한 점은 항상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시고 꼼꼼히 지도해주셨습니다항상 저보다 끈기있게 알려주시는 선생님 덕에 소소하지만 알아가는 맛이 생겼습니다쉬는 시간을 다 뺏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요즘은 가끔 성질도 내셔서 덕분에 마음을 덜곤 합니다그렇게 작지만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다는 걸 나날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함께 수련했지만 그토록 멀게 느껴졌던 다른 분들도 이제는 좋은 스승님처럼 느껴집 니다지식도 없고 붙임성도 없던 저에게 스스럼없이 대해주신 덕분에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자세와 호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재미를 찾게 되었습니다저보다 한참 앞선 분들에게 느꼈던 조급함이 이제는 그럼에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편안함으로 바뀌었습니다이렇게 가족 같은 편안함이 더욱 요가를 알아가고 싶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생각 없이 굴린 몸뚱어리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찢고 있습니다너덜거렸던 몸이 이제는 조금 제 기능을 갖추는 듯합니다이제는 손목에서도 소리가 나지 않고작게나마 허리도 펴진 것 같고움츠러든 어깨도 넓어졌습니다이렇게 도담요가를 통해 요가를 시작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7시 수업을 들으러 가는 날엔 6시 30분부터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요가를 좋아하게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레토릭이 그다지 와 닿지는 못할 것입니다하지만 요가만큼은 일단 해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특히그 간에 내 몸에게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 깨닫고 싶으신 분들께는 도담요가에서의 시작을 정말 강력히 권하는 바입니다하나하나도담도담 찢어줄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서교동이 아닌 곳에서도 수많은 요가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이제는 그 다양한 요가가 어떤 것인지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지금 눈앞의 것들을 하다 보면 내게 필요한 것들을 자연스레 배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근거 없는 막연한 예상이 기분 좋습니다저는 그렇게 힘닿는 데까지 도담요가에 제 땀을 적시며 호흡할 생각입니다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도 조금만 더 보살펴주시고또 잘 부탁드립니다나마스떼.



이 쪽이 내 자리다.



그리고 왼쪽 거울 옆 자리가 영일님 자리, 

그리고 그 앞은 선영님, 선희, 다희, 민지 등.. 앞줄은 좀 변동사항이 있다.

오픈한지 반년이 좀 지나가면서 식구같은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이제는 누군가 들어오면 저 사람은 저기 저 쯤에 매트를 깔겠네,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수업 시작 전 후에 나누는 이야기들이 쌓여가며 어디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취향이 어떤지도 조금은 알겠고.. 그렇게 앞에 앉아 있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들이 조그맣게 내게 오곤 한다. 그들이 경험하는 바깥세상의 이야기들을 듣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 또한 나의 일과가 되어가는 요즘. 직접 볼 수 있고, 함께 말 할 수 있는 눈 앞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좋다. 그런 시간들로 내 하루가 꽉 차간다. 이런 일상이 그리 무료하지 않아 이렇게 사는게 그냥 내 취향이거니 하며 평범한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영일님, 익명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결국 저 사진을 쓰고야 말아서, 일단은 죄송합니다.
영일님이 요가원에 등록한 시기는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고, 우리도 처음보단 조금 친해진거 같습니다. 처음 양영일이란 이름을 봤을 때 이름에 'ㅇ'되게 많다며.. O형이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면 선적인 느낌이 강한 사람이라 동글동글한 이름과는 참 다르게 생겼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악착같이 요가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무엇이든 가르쳐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그런 이유였구나.. 뭐 이유야 어떻든 간에 머리서기가 되는 날 써주겠다는 후기작성을 미리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여름 오기전엔 꼭..! 제주도 가서는 꼭 올라가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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