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늘 근육량이 17 아래였다.
어느덧 중년이 된 현재 근육량 16.
다른 이들이 들으면 놀랄 테지만 가물가물한 기억에 지금까지 측정했던 근육량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근육이 너무 없으면 당연하게도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다.
일단, 노인이 될수록 근육이 부족하면 부상의 위험이 높다.
둘째, 근육이 적은 몸은 그만큼 체지방 비율이 높아서 살성이 물컹하고 지방의 무게로 살이 처져 같은 몸무게라도 근육이 많은 몸과 체형이 다르다.
셋째, 근육이 부족하면 몸은 수분을 저장하지 못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실제로 나 같은 경우 한 시간에 세 번의 화장실을 가는 경험을 했다.
넷째, 근육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계속 감소하므로 이러다가 내 근육량이 한 자릿수가 되는 것을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중년,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체지방이 복부를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는데 근육마저 없다면 당뇨 등 여러 건강상의 문제가 나타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내 인생 최초로 1:1 PT를 거금 200만 원을 투자해 받아 보기로 했다. 나 같은 경우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이 근육량 증가인지라 근력운동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데 근력 운동은 자세와 호흡, 기구의 정확한 사용법 등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할 경우 부상의 위험도 있고 무엇보다 나는 한 번 배워두고 평생 혼자서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1:1 PT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물론 내 생각과 달리 꽤나 오랜 기간 동안 배워야 할 것 같아 그것은 난감했다. 아직까지 1:1 PT는 고가이며, 나 같은 서민은 최소한의 비용만을 투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상태가 이러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집 근처 헬스장의 행사 기간을 활용해 1년 이용권을 등록했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단계인 트레이너를 선택해야 하는데 트레이너에 따라 교수법이 천차만별이라 어려운 문제다. 일단 나는 여자 트레이너를 선호한다. 조금 더 여자의 몸을 잘 알 것이고 내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물론 내 몸이 마치 밀가루 반죽이나 수건이 된 듯 만짐 당하고 눈으로 스캔당해야 하는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여자 트레이너를 찾기란 꽤 어렵다. 한 헬스장에 1명이거나 전무하다.
내가 등록한 헬스장에도 여자 트레이너는 없었다. 내가 등록한 곳은 미끼상품처럼 저렴한 가격에 맛보기 PT를 해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랑 맞는 트레이너를 찾아야 하는데 이 역시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가 없으니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트레이너는 여러 조건이 있다.
우선, 당연하게도 성실한 사람이 좋다. 일전에 2:1 PT를 2개월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트레이너는 수업 중 핸드폰을 너무 자주 봐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두 번째, 말이 없는 사람이 좋다.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기도 하고 운동과 관련 없는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고 집중력을 흐리는 사람은 선호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바람대로 당연히 실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운동도 사람마다 잘 맞는 동작이 있고 방법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의 상황과 체력, 성향, 성격에 맞게 잘 이끌어가려면 무엇보다 상대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면을 잘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맞춰본 경험이 많은 실력 있는 트레이너를 만나고 싶다.
내가 맛보기 PT에서 만난 트레이너는 일단 말이 많지 않아서 합격이었다.
또한 필라테스, 발레, 크로스핏 등 여러 운동을 해본 결과 나는 동작을 할 때 어깨 사용이 많고 몸에 힘을 잘 빼지 못하는데 이 부분에서 뭔가 이전보다는 잘 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럴 리가 없고 운동치인 내가 고작 동작 한 두 개 해보고 알 수도 없을 터였다. 보통 운동을 할 때 운동을 하는 부위가 매우 아프고 그 다음날 혹은 며칠을 더 고생하는데 이 선생님과의 운동은 할 당시에는 매우 아팠지만 집에 가고 나면 아프지 않았다. 다음날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나는 좀 의심스러웠다. 지금 운동이 제대로 된 것인가?? 이것에 대해 묻기 전 서치를 해보니 보통은 근육이 찢어지며 근육이 생긴다는 둥, 자세만 맞으면 근육통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등 여러 낭설이 있어 정확한 판단은 무리가 있었다. 무튼 한두 번의 운동으로 모든 걸 알 수 없었지만 비교적 성실해 보이고 말이 없으며 나의 황당한 추구미 요구에도 비웃지 않고 몸치에 극한 운동치인 내가 엉뚱하게 잘못 이해하는 동작에도 무반응(이전 트레이너는 나를 사차원이 아닌지 의심했다)을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어 이 선생님은 간택되었다.
PT를 받기 전 상담을 할 당시 나는 근육량의 수치에 놀라 그저 근육의 증가만을 이야기했다. 우선 나는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니다. 사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자고 일어나면 배가 홀쭉해지는 스타일이며 지금의 체중은 약 30여 년간 고정이고 체중이 늘어본 적은 없다.
문제는 늘 그렇듯 근육량이었다. 그런데 근육량을 늘리려면 나 같은 경우 살을 조금 찌워야 한다고 하셨다. 현재의 나는 식사량도 너무 적다고 했다. 트레이너샘은 세끼를 모두 먹어야 한다고 하셨지만 게으른 나에겐 불가능이다.
게다가 근육 증가가 목표라고 했지만 사실상 나의 추구미는 지금 상태에서 지방의 증가는 단 1그램도 원하지 않는다. 그저 몸이 탄탄해져서 살 처짐이 눈에 띄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크다. 여기에 하체와 복부, 옆구리는 살짝 더 빼고 싶다. 이제 맛보기 PT를 지나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 하니 트레이너샘과 의견이 맞아야 할 것 같아 조심스럽게 나의 추구미를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갑자기요?라는 반응과 함께 조금 당황하셨다. 일단 내 바람대로 하체만 빼는 그런 운동법은 없으며, 살을 빼려면 유산소를 해야 한다며 러닝머신을 40분 추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