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힘들 때는 일에 숨었고
일이 힘들 때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숨었다
“어른들 도움 없이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키워?”
“그러게 말이야......”
내가 한숨 쉬듯 대답한다.
어른들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하지만 힘이 드는 일이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우리 세 가족을 가족의 구성원 보다는 한 팀의 구성원이라고 생각 될 때가 많았다.
탄탄하고 구멍이 없도록 우리 팀이 운영되어야 했기에 우리 팀은 서로의 업무 특성을 육아에 녹이기로 했다. 남편의 업무는 오후에 해외 바이어들과 미팅하는 업무가 많기에 오전 출근이 자유로웠고,
나는 오전 업무가 휘몰아치고 나면, 오후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오후에 발생하는 긴급 업무는 주변 동료에게 부탁 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남편이 봄이를 등원 하고 출근 했고, 나는 퇴근 하며 하원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팀의 일과와 업무를 나누어 이야기 하겠다.
일단 나는 봄이의 하원 담당으로 사무실에서 퇴근 시간이 아무리 늦어도 17시에 나와야 했다.
우리 동네 어린이집만 이런 건지, 우리 어린이집은 17시면 봄이 혼자 남는다. 그래서 16시 30분에는 사무실에서 나와야 했다. 내 퇴근 시간이 당당했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아니다. 그리고 아이 때문에 업무를 남기거나 동료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애 낳더니, 또 일찍 퇴근하네.”
“결혼 하고 애 낳더니 변했네.”
이런 이야기를 뒤에서 듣기에는 나의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나는 얼리 버드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났다. 나는 출근 준비를 빨간 모자를 쓴 숙련된 조교와 같이 순식간에 마쳤고 봄이의 간단한 아침 준비, 등원룩, 등원 가방을 준비한다.
6시가 되기 전 집을 나선다.
새벽엔 차가 막힐 리도 없거니와 가까운 거리 덕분에 6시 3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 할 수 있었고, 커피 한잔과 함께 남들 보다 1.5시간 일찍 업무를 시작했다. 이렇게 일찍 출근 하면 피곤 할 법했지만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 인지 업무 집중이 무척 잘되었다.
또 휴직 중에는 몰랐던
‘아! 맞아, 내가 이런 일을 하던 사람이었지’라는 생각과 나의 이름으로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고 내 자신이 대견 했다.
아이를 키우며 힘들 때는 일에 숨었고,
일이 힘들 때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숨었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숙제 같던 육아로부터 회사는 잠시 피할 수 있는 아지트였고, 회사에서 잘 풀리지 않거나 마음이 복잡 할 때 나는 육아라는 안식처로 도망 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