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성격장애가족입니다.
친척 언니가 죽었다.
또래 보다 이르게 결혼한 언니는 남자 아이가 둘이 있었고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몇 년만에 끝내고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밤,
언니는 친구를 만나러 나갔고
빗길에 차가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
병원에 실려 왔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들었다.
어린 애가 죽었는데 무슨 어른들이 장례식을 찾아 가냐는
친척 어른들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엄마를 옆에 태우고 언니의 장례식으로 향했다.
사회 생활을 하지 않고
아이만 키웠던 언니의 장례식에 찾아 오는 사람은
친척들이 전부 였다.
지방에서 올라와 산 탓에 학창시절 친구들도
연락이 닿지 않거나 그들 나름의 사정에 의해
친구의 마지막을 카톡으로만 들었을 것이였다.
친척들이라고 할 것도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를
연신 되뇌이던 엄마만 나이 든 어른에 속했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허둥 지둥 찾아온 사람들이였다.
모여 앉아 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터였다.
비가 많이 오던날 그렇게 언니는 교통 사고로
초등학생 아이들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아이들은 어떻게 누가 돌봐야할지,
남은 이들은 또 남은이를 걱정하고
언니의 부재로 인한 마음을 서로 추스리려고 하던 중이였다.
한참을 이야기를 듣던 엄마가
마주보고 앉아있던 친척 오빠에게 이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모가 이런 이야기 한다고 해서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들어봐,
작년에 석민이 결혼했잖아,
그때 그 결혼식이 우리집 주변이라서
차나 한잔 하고 가자고 해서
모두 다 우리집에 들렀던 것 기억하지? "
"아~ 고모, 그때 석민이 결혼해서?
맞아요. 맞아요.
그때 같이 고모 집에 들렸었죠.
개가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하도 짖는다고 해서
방에 가둬뒀는데도 짖고 난리였었잖아요."
"그래, 기억난다고 하니 다행이구나.
고모가 이혼하고 재산 뺏기고 힘들었을 때는
고모 집에 와보라고 이야기도 못하다가,
이제 좀 자리 잡고 살고 있기에
'그래, 우리집 한번 와서 나 이렇게 산다' 하고
보여주고 싶어서 불렀지,
급하게 사과랑 배를 사서 과일을 깍아 놓으면서
내가 너한테 그랬지,
'누가 대추를 많이 줘서 집에 대추가 많이 있는데 좀 가져갈래?' 했더니
'고모 대추요? 저는 대출이 필요 한데 고모 대출은 받을 수 없나요?' 했잖아?
그래 고모가 이혼하면서 돈이 묶여서 고생 고생을 하다가
이제 좀 정리가 되어서 살만하니,
호화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먹고 살만한 집을 보니 고모한테 그랬잖아."
"고모 저 그런말 한적 없는데요."
"그래? 너는 이제 와서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구나,
분명히 '고모 대추요? 전 대출이 필요한데요 대출 좀 주세요.'
해놓고도 딱 잡아 떼는구나?"
"아니 고모,
제가 왜 고모한테 대출 이야기를 해요,
저 그런적 없어요"
"민규야, 고모 말 잘들어
너 그때 석민이 결혼식 끝나고 우리집 왔었다가
장인어른이랑 식사해야 해서 일어나야한다고하면서 일어났었잖아
고모가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기억을 다 해,
그 때 네가 '대추요? 전 대출이 필요한데요. 대출 좀 내주세요.' 하는 말이
고모가 얼마나 민망했는지 아니?"
"아니 미치겠네,
고모 제가 그런말을 고모한테 왜해요,
저 정말 그런말 한적 없다니까요."
"고모가 이혼하고 돈이 묶여있을때는 그래,
별볼일 없었다가 집을 스윽 보고 나더니
고모가 돈이 좀 생겼나 보다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대추요? 전 대출이 필요한데요, 대출좀 내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했지.
그냥 그때 너무 황당했다고,
그런일이 있었다고 이야기 하는거야."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던
항상 위트있고 젠틀한 모습을 보였던 친척 오빠는
억울함과 화가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쏘아 붙였다.
"아이참, 고모!
제가 그런 말을 고모한테 뭣하러하냐고요,
그런 이야기 한적 없다니까요!"
언성이 서로 높아지자
내가 말려야 할 것 같았다.
"엄마, 여기 장례식장이야,
엄마 그만해"
엄마의 이야기는 거기서 그만 되었고
엄마를 모시고 집에 데려다 드리면서도
그 이야기는 몇번 더 계속 되었다.
엄마의 말이 사실일까?
나는 마음 속으로 고민하다가
대추인지 대출인지를 이야기 했던 자리에
내가 없었기에 그 고민은 무의미 하다며 결론 지었다.
그 때도 [이미 엄마의 증상은 시작 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번엔 남편에게 쏘아 붙이는 엄마를 보며 떠올랐다.
엄마는 경계성 성격 장애 증상을 가지고 있다.
불안한 나를 상담해주시는 상담사 선생님과
수십회기의 상담을 통해 얻게 된 결론이다.
기본적으로 상담의 과정에서 진단을 내리고
그 증상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일이라는걸
오랜 상담과 교양수업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단어를 듣자 마자
그 단어를 옮겨 적었다.
섣불리 상담사 선생님이 이야기 하지 않았을리라 짐작했기 때문이였다.
그 날로 나는 "경계성 성격 장애" 사람들의 사례와
"경계성 성격장애의 가족"들의 사례와 증상, 특성들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내 불안을 잠재우고 내가 편하게 살기 위해서였다.
블로그를 통해 에피소드 들을 회기 하며
그때 내가 이렇게 대응했다면
좀 더 서로의 증상을 완화 할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선한 피드백을 기대 하며 글을 써보고자 한다.
(전문가가 아니라 읽은 책을 통해서 정리된 글이기에
의학 지식은 없다는 것을 참고해주세요. )
먼저 경계성 성격 장애란,
정신장애의 한 유형으로 사고와 기능 및 행동이 경직 되고
건강하지 못한 패턴이 발생 되는 장애를 말한다.
(DSM 10가지 중 클래스터 B군에 해당)
원인은 복합장애로
어떤 책에서는 생물학적 요인으로 편도체의 손상을 이야기 하기도 했고,
환경적으로는 비효과적인 양육의 상태로 성장, 불안정한 가정환경의 노출, 유기된 느낌을 원인으로 이야기 했다.
또 다른 책에서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했던 상황 (심리적 외상),
자신이 인정 받지 못했던 상황 (불인증)을 이야기 했다.
경계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원인은 내면 기저에 있으나
촉발 사건 (트리거)를 통해 발생된 감정 자체에 매몰되어
상대방에게 감정을 토해 내기에
경계성 성격 장애 가족의 경우 안정감을 찾기 어려웠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엄마 뿐만 아니라 다른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불안을 느끼며 살아 왔다.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엄마의 증상에 대해
공부해나가면서 정리한 내용들을 공유해보면
1. 나만 바라봐 (오카다 다카시: 도쿄대 철학 전공 중퇴후 정신과 의사, 의학박사)
2. 잡았다, 네가 술래야 (폴메이슨, 랜디크레거 임상심리 전공 전문 상담사)
3. 가까운사람이 경계성 성격장애일때 (우도 라우흐플라이슈, 임상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독일의 심리치료사)
제일 유명한,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가 많은 책은
[잡았다, 네가 술래야] 라는 책이였지만,
[경계성 장애 가족을 위한 지침서] 기반으로 쓰여진 책이기에
우선적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면,
[경계성 장애 가족을 위한 지침서] 를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문한 상태이다.
책을 통해 정리한 내용이다.
여기서 특히 도움이 되었던 문장은 두가지 인데
태풍앞에 신문지가 되는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방향을 잃고 있을때 일깨워 준 문장이다.
[등대는 최대한 등대가 되어야 한다.]
나는 최대한 최선을 다해 내가 되어야 한다.
나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나 자신을 돌보고
나를 살펴야 한다.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의 명확한 경계로 인해 그사람이 어떻게 되진 않을까,
'내가 너무 이기적이진 않을까' 하는
죄책감에 매몰 될 때 새겼던 문장이다.
당신의 경계는
경계성성격장애인 상대방을 돕는다.
또 다른 에피소드들로 힘든 날도 있을텐지만,
그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내가 할수 없는 것들을 살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시도 해보는 과정의 연속이리라 생각이 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그 증상에 대해서 방치 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내 의지로 선택해서 한다] 는 나의 마음 가짐이다.
또 언제든 흔들릴 수 있기에 다시 한번 적어 놓는다.
[나는 최대한 내가 되어야 한다. ]
[나는 최대한 내가 되어야 한다. ]
[나는 최대한 내가 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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