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전입니다 (2)
손에 진동이 느껴졌다. 다전은 잠시 감았던 눈을 떠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다 뛰었어? 오늘 기록은? 다정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그 역시도 운동을 끝내고 제게 연락했으리라. 다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평균 7km 나오네. 70일 정도 남았는데. 완주할 수 있을까? 발송 버튼을 누르고 다전은 입으로 푸우, 소리를 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프 처음이라 완주만 가도 좋겠다더니. 고새 기록 욕심내네. 견뎌, 버텨~ 핸드폰이 또 한 번 우웅, 소리를 내며 울렸다. 눈으로 텍스트를 따라 읽었을 뿐인데 장난기 어린 다정의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견뎌, 버텨. 두 단어가 유독 눈에 박혔다. 정말이지, 이름값 하네. 말은 이렇게 해도 하프 마라톤에 처음 도전하는 다전이 잘 연습하고 있나 내심 걱정되어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다. 어릴 적 이름 때문에 나란히 놀림당했을 때도, 자매냐고 오해를 샀을 때도 다정은 그랬다. 자신의 마음보다 늘 다전의 표정을 살폈다. 다정이라는 이름이야말로 딱 그에게 어울리지. 어딘가 뻣뻣한 구석이 있는 본인보다야.
다전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지도 앱을 확인하니 지금 위치에서 집까지 3km 정도 남았다. 걸어가면 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뛰어간다면? 5분이라도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21km보다는 한참 못 미치지만, 연습 삼아 13km 뛰는 정도라면 꽤 뿌듯하지 않을까. 다전의 발놀림이 서서히 빨라졌다. 애써 골랐던 숨이 다시금 차올랐다. 바람에 식었던 몸이 점차 뜨거워졌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근육이며 관절이며 비명을 질러대겠지만, 이 순간 다전은 속도감을 느끼고 싶었다. 견뎌야지. 다정이 제게 한 말을 되뇌면서. 자신이 그나마 유일하게 잘하는 일이 그것므로.
“혹시, 개명할 생각 없어요?”
에? 김 팀장에게만큼은 얼빠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뜻밖의 말에 다전은 뭉개진 발음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지난 한 달간 열심히 작성한 자료를 화면에 띄우며 팀 전체 회의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매출액 얼마를 달성하며 분기별 성과는 이렇고, 앞으로의 전략을 세워봤습니다, 라고 또박또박 정확하게 말한 뒤 마무리해야지 다짐하던 참이었다. 그때 김 팀장이 손을 들었고 다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네, 말씀해 주세요, 라고 말했다. 준비한 내용을 전부 말하고 발표를 끝낸 다전에게 들어온 첫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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