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느 Jun 20. 2024

일기 쓰듯이 (1)

240620 ~

이것은 나의 이야기도 너의 이야기도 아니다.


여느 때와 같이 공공 자전거를 빌려 출근길에 나섰을 때, 각자의 꽁무니를 붙이며 날아다니는 벌레 한 쌍이 티셔츠에 들러붙었다. 화들짝 놀라며 옷자락을 털어냈다. 그제야 한여름이 시작됐다는 게 실감 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타난 이것들이 누군가의 외로움을 문득문득 상기시키려나.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틀었다. 주위의 소리를 듣지 못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페달을 밟아야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바람결이 몸에 닿을 때마다 나도 그처럼 된 것만 같았다. 회사에 도착해 자전거에서 내리면 흩어지는 감각이긴 해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이때뿐이니 실컷 밟자, 그런 마음으로. 음량을 높였다.


세 곡의 노래가 끝날 무렵, 회사 앞에 있는 공공 자전거 정류장에 도착했다. 9시간 뒤에 다시 만나자, 부디. 출퇴근길에 자전거가 없어 낭패 봤던 순간이 떠올라 괜히 안장을 한번 더 쓰다듬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오늘 끝내야 할 일과 우선순위를 정하기 시작했다. 이직한 지 세 달쯤 되어가니 꽤 익숙해졌다. 새로운 환경도, 새로운 업무도. 전공과도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도 전혀 무관한 이 일을 택한 것은 나를 위한 시간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할 일을 다 끝내면 자리에서 책을 읽어도 노트북을 꺼내 글을 써도 그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사색하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나에게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런데 요 근래에는 가슴이 섬뜩해지는 느낌을 겪곤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발을 주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