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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슬스레터

'지도사'란 무엇인가 깨닫다!

슬스레터 #46

by 시느

지난 글에서는 자격증 접수부터 필기시험 후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저는 스포츠사회학 75점, 스포츠교육학 70점, 스포츠윤리 75점, 운동역학 60점, 한국체육사 80점. 총 360점을 얻어 제1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어요. 오늘은 2024년도 실기·구술시험 후기와 정보를 나눠드릴게요!



[제2 관문]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실기·구술시험


필기시험을 치르고 약 3주 뒤,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기쁨도 잠시, 한 달 뒤에 진행될 시험 준비를 곧바로 시작했어요. 벼락치기 좀 해보고 싶었는데… 등반 실력은 물론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까지 전부 평가하는 단계여서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해야겠더라고요.


산악(등산) 부문의 실기·구술시험은 1️⃣ 응급처치 2️⃣ 등반과 빌레이 3️⃣ 등산 및 등반 지식 구술 총 세 가지 항목을 평가해요.


70739_2430128_1727973100200693197.png 참, 시험장 안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금지됩니다. 사진도 이게 전부…


1️⃣ 응급처치


'발목 삼각건 묶기'와 '심폐소생술(CPR)' 중 한 가지를 보는데, 응시자가 고를 수 없고 시험 당일 현장에서 제비뽑기로 골라야 해요.


심폐소생술은 마네킹에 시행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상황처럼 진행하면 됩니다. 저는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며 집에서 혼자 연습했는데, 시험장에서 실제로 하려니 무척 긴장돼서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다른 응시자들이 하는 걸 보며 교육이라도 받을걸! 싶었어요. 다행히 발목 삼각건 묶기를 뽑아 응급처치 부분부터 실격되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사건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대한적십자사에서 진행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꼭 받고 싶어요.


발목 삼각건 묶기는 큰 천을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 붕대처럼 활용해 발목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응급처치법이에요. 배울 수 있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없고, 처음 접하는 분야여서 응급 상황 시 실제로 쓰는 천을 구매해 사진과 유튜브 영상을 보며 수십 번을 연습했어요.


이 삼각건 시험에서 특히 중요한 건 '사각매듭'인데요. 부상 부위는 잘 고정해 주면서 한 손으로 젖히면 쉽게 풀 수 있도록 고안된 매듭법이라고 해요. 매듭을 푸는 것까지 평가 기준으로, 한 손으로 풀지 못한다면 실격이니 꼭 염두에 두며 연습하세요!


또 하나 유의할 점, 붕대를 만들 때 천을 바닥에 두고 접으면 안 됩니다. 상처 부위에 붕대를 묶어야 하는데 바닥에 두면 이차 오염이 생기겠죠? 서서 무릎에 대고 접거나 천 사이에 손을 넣어 여러 번 접어 만드는 식으로 해야 감점 요소가 발생하지 않아요.


2️⃣ 등반과 빌레이


응급처치 평가가 끝나면 곧바로 등반과 빌레이 시험을 봅니다. 리드 클라이밍을 직접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등반 난이도는 10a 정도로, 어렵지 않다고 들었는데… 첫 퀵도 못 걸고 떨어지거나 손과 발이 터지며 추락하는 등반자들을 더러 보았습니다. 어렵던데요? �


시험은 응시자 두 명이 등반자와 빌레이어의 역할을 번갈아 하는 것으로 진행돼요. 이때 등반자와 빌레이어 모두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아래 사항이 곧 평가 기준이에요. 이외의 자세한 내용은 시험 공고에 있으니 참고하세요!


등반자, 빌레이어 공통

모두 안전벨트(하네스)를 잘 착용했는지


등반자

빌레이어의 빌레이 장비와 자일이 잘 체결됐음을 확인했는지

등반 전, 하네스에 자일을 8자 매듭 및 옭매듭을 활용해 잘 연결했는지
(매듭 묶는 시간이 1분을 초과할 경우 즉시 실격)

암벽화, 초크백 등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잘 착용했는지

등반하며 빌레이어와 구호를 잘 주고받는지
(등반 준비 완료, 출발, 등반 완료! 등의 구호)

안정적인 자세로 벽을 오르고 등반 완료 시에도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는지

올바르게 로프를 클립하는지


빌레이어

등반자의 자일이 매듭법에 따라 알맞게 잘 묶였는지, 빌레이 장비와 등반자의 자일이 잘 체결됐음을 서로 확인했는지

등반자가 첫 퀵을 걸기 전까지 몸으로 스팟을 봐주는지

감지손과 제동손의 위치와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는지

등반자가 완등 후 하강했을 때 빌레이 장비를 먼저 해제하지 않고 등반자를 끝까지 살피는지

등반자 위치에 따른 빌레이 위치 선정과 등반자에게 줄을 잘 건네주는지, 등반자와 구호를 잘 주고받는지
(빌레이 준비 완료, 출발, 클립!, 하강! 등의 구호)


3️⃣ 등산 및 등반 지식 관련 구술


응급처치, 등반과 빌레이 실기시험이 모두 끝나면 구술 시험장으로 이동합니다. 구술시험은 등산/등반과 관련해 자신이 아는 것을 심사위원에게 설명하는 시간이에요. 다대일 형식으로, 시험장에는 심사위원 세 명이 있고 응시자 한 명이 들어가게 됩니다. (면접 같아서 참 떨리죠…)


구술 평가 항목은 ✅ 클라이밍 대회 규정 ✅ 지도 방법(클라이밍/일반등산) ✅ 응시자의 태도 세 항목인데요. 시험장에 들어간 응시자는 먼저 클라이밍 규정과 지도 방법에서 총 6개의 질문을 뽑습니다. (응시자의 질문 이해도, 시험을 대하는 자세, 복장 등을 평가하는 태도 항목은 제비뽑기에서 제외)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 종이에 쓰여있는 대로 읽고, 답하는 식으로 시험이 진행되는데 한 문제당 1분 내외로 답변해야 해요.


평가 항목을 접하고서는 저는 엉엉 울며 주변 클라이머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대회 규정과 지도 방법이라니요. 저는 파란색 문제도 꾸역꾸역 푸는 초보 클라이머인데 알 턱이 있나요? 내 존버 문제도 풀기 힘겨운데 누가 누굴 가르치나요. 대회 규정은 또 뭐고요.


지혜로운 친구이자 고인물 클라이머들이 곁에서 알려주었습니다. 규정집은 대한산악연맹 홈페이지에 있고, 지도 방법과 기타 등산 지식은 족보가 있다고. 여기에 대한산악연맹이 펴낸 <등산> 교재를 구입해 읽어보라고요.


예상 질문 족보를 얻어내고, 연맹 이메일로 책 구입 신청서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은 열심히 읽고 노트에 쓰면서 외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70739_2430128_1727974044158684431.png 다양한 등산 및 등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요. 클라이머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교재!


슬픈 결과를 말씀드리기 앞서, 2024년 구술시험에 나온 질문을 먼저 공유합니다(응시자를 통해 모은 정보이며, 공식 자료는 아닙니다). 내년에 도전할 여러분(그리고 저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험 질문 모음

경기 지역과 경기 지역 출입 가능자에 대해 설명하세요.

지도자로서 등산 시 사고에 주의할 점을 설명하세요.

리드 경기에서 수동확보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세요.

등산 지도사와 스포츠 클라이밍 지도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자유등반과 인공등반의 차이점을 이야기하세요.

레스트스텝에 대해 설명하세요.

등산 행동식이 무엇인지 설명하세요.

DQB에 대해 설명하세요.

빌레이 간섭이 무엇인지 설명하세요.

볼더 결승 관찰시간을 설명하세요.

클라이밍 물품을 구비할 때 살펴볼 점은 무엇인가요.

경기 전 빌레이어가 확인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스포츠클라이밍 종목별 순위 결정 방법과 콤바인 경기 순위 결정 방법에 대해 설명하세요.

사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해결 방법을 설명하세요.

여름철 등산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볼더링이 리드보다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세요.



[제3 관문]

연수, 하지만...


실기와 구술시험까지 합격했다면 응시자는 지정 연수기관에서 스포츠 지도와 관련된 강의를 수강하고 현장 실습을 하게 돼요. 하지만 저는 가지 못했습니다. 제2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거든요. 등반의 문턱은 아직 제게 높디높더군요. (엉엉)


실은 제가 10월 초에 결혼하게 되어 5월부터 내내 바빴거든요. 실기도 구술도 연습할 시간이 무척 부족했어요.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정말 정신없었음!) 와중에 연수까지 받았다면…? 올해 떨어진 게 차라리 다행일지도요.


결혼 준비와는 별개로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기에는 제 자질 또한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등산 및 등반 지식과 현장 경험이 풍부하면 좋았겠다고 느꼈거든요. ‘지도사’ 자격증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더욱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함을 깨닫고, 다음을 위해 연말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내년에는 산악연맹에서 진행하는 시험 대비반을 등록해 CPR부터 등반까지 철저히 준비해보려고 해요.


내년에는 제2 관문 합격 후기와 연수 후기까지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며! 2024년 2급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도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 글을 올리는 2025년인 올해도 실기 및 구술시험에 도전하였으나 전년보다 더욱 어려워진 시험으로 인하여 올해도 불합격하게 되었다는 슬픈 소식 또한 추가로 전해드립니다... 따흐흑. 내년에 필기시험부터 다시 도전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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