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사동 마케터 Jun 07. 2022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최명화

MZ세대가 열광하고 혐오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신사동 마케터입니다.


여러분, 그거 아세요?

외국에는 댓글 문화가 없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호감 연예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수준으로 악플을 다는 건 그만큼 삶이 불안하다는 반증인 것 같아요. 내가 먹고 살기 즐거우면 남의 부족함에 관대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아니, 관심이 없어집니다. 먹고 살기 팍팍한데 TV에 나오는 세상만사 편해 보이는 연예인이 조금이라도 비위를 거스르면 달려들어 시궁창으로 끌어내리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거든요. 방송에서 연예인들의 공황장애 커밍아웃이 흔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에요. 나도 너네만큼 먹고살기 힘드니까 좀 봐주라는 호소인 거죠.


MZ 세대는 역사상 가장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들은 끊임없이 타인의 삶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며 살아온 세대. 소셜미디어가 끊임없이 사회적 경쟁을 부추기고 타인과 비교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취향 존중의 소비와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취미활동을 한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sns를 통한 사회적 평판으로부터 가장 구속받고 있는 세대일지 모른다. 전 세계적 위기를 젊은 시기에 마주한 이들은 아주 먼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목표보다는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와 일상의 작은 행복에 더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보인다.

출처: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MZ세대가 만들어내는 소비문화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심리는 불안감이에요. 저성장 시대가 MZ에게 불안감의 ‘씨앗’을 제공했다면 SNS가 ‘기폭제’가 되어 그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소비에서 개념을 찾기 시작하는 것도 실은 남에게 뒤쳐지기 싫은 불안감이 투영되면서 부터에요. 결국 소비마저도 누가 더 있어 보이게 하는지 경쟁하는 시대가 된 거죠. (정녕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ㅜㅜ) 소비에서도 경쟁이 붙다 보니 과거에는 주로 연예인에게만 한정되었던 분풀이가 기업과 브랜드까지 확장됐어요. 젠더 감수성, 역사 왜곡, 약자 비하를 하는 기업/브랜드를 응징하는 일에는 약간의 분풀이가 섞여있는 거죠. 자신의 평범한 삶에서는 ‘을’이지만 기업이 뭔가 심기를 거스르면 ‘내가 너네 물건 사주는데?!’라면서 혼자서는 엄두도 못냈던 갑질을 SNS에서 똘똘 뭉쳐서 하는 거예요.


불안감은 MZ세대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라떼를 경멸하고 조롱하는 것도 각종 목적 지향적 모임을 통해 끈적한 인간관계는 피하는 것도 ‘너까지 어쭙잖은 잔소리를 보태지 않아도 내 삶은 힘들다’라는 마음 때문이에요. 저는 MBTI 역시 MZ세대의 이러한 불안감에서 파생된 문화라고 생각해요. 이제 사람을 사귈 때 시간을 두고 상대방을 탐구하는 일은 좀 촌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일단 MBTI로 상대방의 성격, 가치관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그 중에서 나와 좀 더 잘 맞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중심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겠다는 거죠. 안 그래도 힘든 세상인데 굳이 안 맞는 사람이랑 힘 빼고 싶지 않으니까요.


이 불안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마케터는 MZ세대의 심기를 거슬러서 브랜드를 회복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지만 역으로 이 심리를 잘 이용하는 마케터는 MZ세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엎고 적은 자본으로도 대박을 치기도 해요. 한 끗 차이로 달라지는 미묘한 심리나 그 변화 속도가 EDM 수준인 MZ세대들의 트렌드를 잘 따라잡지 못하는 저는 데이터 보면서 그로스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딩 잘하시는 분들 부럽다는 이야기입니다.)


Nevertheless 알고 있지만


“소확행 그런거 아주 시시한 거예요”

유튜브에서 존 리 대표가 요즘 세대들의 소확행, 가심비, 워라밸 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왜 MZ세대가 이런 문화를 갖게 되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나, 그렇다고 모두가 이 대열에 합류할 필요는 없어요. SNS에서 유행하는 맛집을 가고 명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자존감을 채우는 일에는 끝이라는 게 없거든요. 아무리 SNS에서 화려한 일상을 사는 것처럼 꾸며도 현실에서 이것을 지탱할 능력과 자아가 없는 사람은 결국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라라랜드에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요.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



잘 안될 거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고 나아가서 자신이 원하는 걸 이뤄가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멋있다고 느끼죠. 라라랜드의 세바스찬과 미아가 그랬던 것처럼요. 사실 저는 요즘 코로나+재택을 겪으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면 ‘이거 해서 뭐해’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구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남과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아, 모르겠고 ~’를 외치죠.(저만 그런 거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정말로 열심히 살면 뭔가 달라지기는 하는 건지 저도 아직 속 시원한 답은 못 찾았어요.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건 ‘아, 모르겠고. 그거 해서 뭐해’같은 안전(하지만 비겁)한 핑계 뒤에 숨어서 그냥 포기하는 건 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거예요. 불안감의 시절을 지나고 있는 우리들 모두 불안감을 연료 삼아 각자가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는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저부터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뽕이 차오를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