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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동 마케터 Jul 24. 2022

정약용에게서 배우는 삶의 태도

feat. 역사의 쓸모

안녕하세요? 

신사동 마케터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요즘 읽고 있는 <역사의 쓸모>라는 책에서 본 정약용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요. 평소에 항상 역사에 관심은 있었지만 쉽게 취미를 붙이지 못했던 저도 재미있게 읽을 정도로 이 책의 인물들은 그냥 흘러가버린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살아숨쉬는 교훈과 재미를 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정약용은 다들 잘 아시다시피 조선 후기 정조 시대 인물입니다. 정약용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조를 이해해야 하는데요. 정조는 참으로 힘들게 왕이 된 인물입니다. 할아버지가 아버지(사도세자)를 죽였고 늘 살해위협에 시달리며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왕이 된 후 왕권 강화를 위해 규장각을 세웁니다. 규장각은 왕실 도서관이었지만 사실 정조가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만든 기관이었습니다. 


정약용은 규장각안에서도 정조가 가장 총애하는 학자였습니다. 정약용은 요즘으로 치면 만능캐라고 할까요. 실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정치와 법, 의학과 지리학, 언어학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거중기와 녹로를 발명해 수원 화성을 가능케 했으니 과학자기도 했네요. 정조와 정약용은 단순히 임금-신하 관계를 넘어 마음을 나눈 벗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약용에게도 단 하나의 약점이 있었으니 그의 종교가 천주교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정조의 정치적 계산하에 잠시 정계를 떠나게 됩니다. 관직에서 물러난 정약용은 정조가 다시 불러줄 날만을 기다리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견디다가 마침내 다시 입궐 하기로 한 날 하루 전, 정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자신을 지켜주던 왕이 떠난 뒤 정약용의 삶은 그야말로 고난이었습니다. 유배를 가게 되고 가문은 폐족이 되었습니다. 자그마치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고 다시는 조정에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일생을 마쳤습니다. 


정약용은 천재였지만 그 능력을 펼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처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을 평생 감추고 살다가 죽어야 한다면 그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를요. 삶을 지속해야 할 어떠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미쳐버리거나 자살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죠. 하지만 그는 세상을 탓하고 운명에 갇혀 시간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는 책을 썼습니다. 그냥 책을 쓴 수준이 아니라 18년 동안 500여권의 책을 씁니다. 기록에 따르면 정약용은 복숭아뼈에 세 번 구멍이 났다고 합니다. 양반다리를 하면 복숭아뼈가 눌리잖아요. 책상 앞에서 그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밤낮 글만 쓴겁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너무 놀라서 누워서 책을 읽다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자세를 고쳐앉았습니다. 가끔 이런 말도 안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큰 충격에 빠지곤 합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거든요. 저에게 그 치욕과 울분, 원망의 마음을 견딜 용기가 있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약용은 그러지 않았죠. 저는 하늘이 인간의 운명을 시험하는 순간들이 그 사람의 품격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밑천을 다 드러내지만 어떤 사람은 슬기롭게 극복합니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최선을 다해 해냅니다. 그런 사람을 누가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인생의 고비를 만날 때마다 정약용의 남양주 생가로 가곤 합니다. 역사라는 흐름 속에서 현재를 보게 되니까요. 마찬가지로 내 인생 전체에서 이 문제는 수 많은 고비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고난이 인생의 끝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조급한 마음을 약간은 덜어낼 수 있어요. 


출처: 역사의 쓸모




아우슈비츠에서 똑같은 고문을 당해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죽는 사람과 달리 살아돌아온 사람들의 공통점 딱 하나였다고 합니다. 내가 살아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더 큰 문장을 품고 있었다는 거죠. 더 큰 꿈, 더 큰 뜻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의 치욕도 내일의 고통도 견딜 수 있습니다. 역사의 의미는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당부했던 말로 글을 마칠게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진실로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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