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위로 둘러싸여 있을 때
어린 아들께 연락이 왔다
목소리도 어는지 끊기는 음성
-아빠, 우리 집, 말인데요
뜨건, 물이, 안 나와요
휴대폰이 고장 난 아내는
회사로 출근해 모르는 번호로
아침, 내게 연락해 왔다
-여보
-응, 알아. 온수가 안 나온다며
-근데, 방은 따뜻해
수도꼭지를 아무리 틀어도
바라는 물은 나오지 않았다
드라이기를 들고 달려간
보일러실은 회색 냉골이었다
딸에게 입김으로 당부하는 말
-뜨건 물 나오는지 잘 봐봐
될지 말지 모르는
‘고생’이란 물건을 들고서
온수관이 왜 언 걸까 생각했다
-나오니? 잘 보고 있어?
딸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뜨건 물이 돌지 않으니까
얼어버린 것이겠지 생각했다
몸속에 따뜻한 마음이
드나들지 않으니 얼었겠지 후회했다
-아빠, 이제 뜨거운 물 나와요.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는, 꽁꽁 얼어버린 오늘입니다.
얼었을지도 모르는 마음, 잘 녹이기 바랍니다.
[알립니다]
매주 월요일, 시작(詩作)하는 아침 09:00
한 주에 있었던 일상과 느낌을 담아 한 편의 시를 발행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생각이, 어딘가로 가 닿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