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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진 Jan 25. 2023

온수관

시작(8)

맹추위로 둘러싸여 있을 때

어린 아들께 연락이 왔다

목소리도 어는지 끊기는 음성

 -아빠, 우리 집, 말인데요

  뜨건, 물이, 안 나와요     


휴대폰이 고장 난 아내는

회사로 출근해 모르는 번호로

아침, 내게 연락해 왔다

 -여보

 -응, 알아. 온수가 안 나온다며

 -근데, 방은 따뜻해     


수도꼭지를 아무리 틀어도

바라는 물은 나오지 않았다

드라이기를 들고 달려간

보일러실은 회색 냉골이었다

딸에게 입김으로 당부하는 말

 -뜨건 물 나오는지 잘 봐봐        

  

될지 말지 모르는

‘고생’이란 물건을 들고서

온수관이 왜 언 걸까 생각했다

 -나오니? 잘 보고 있어?

딸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뜨건 물이 돌지 않으니까

얼어버린 것이겠지 생각했다

몸속에 따뜻한 마음이

드나들지 않으니 얼었겠지 후회했다

 -아빠, 이제 뜨거운 물 나와요.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는, 꽁꽁 얼어버린 오늘입니다.

얼었을지도 모르는 마음, 잘 녹이기 바랍니다.


[알립니다]

매주 월요일, 시작(詩作)하는 아침 09:00

한 주에 있었던 일상과 느낌을 담아 한 편의 시를 발행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생각이, 어딘가로 가 닿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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