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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진 Jan 28. 2023

인간도 아름다운 거야

  밤새 도둑눈이 내릴 줄 알았다. 자고 일어나면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면 좋겠다며 기대했다. 왠지 그런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할 것만 같으니까... 아침에 확인해 보니 눈은 내리지 않았다. 실망감도 잠시, 서서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모처럼 아내와 같이 쉬는 날, 아침을 먹고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눈이 내리면 조금 더 따뜻하고, 세상이 조용해진다고 하던데(이 말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 내가 그런 사실 속에서 하얗게 증명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생각과 느낌, 현실과 꿈이 쉴 새 없이 대비되고 조화를 이루며 자신을 드러냈다.


  아내와 함께 기분 좋게, 소복소복 눈 쌓인 길을 걸었다. 걷다가 아내는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멈춰 서서 한동안 눈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자기야, 이것 봐!”

산책로의 아내가 점찍은 눈 결정 모습

  키가 작은 나뭇가지에 앉은 눈이 자신의 모습을 은밀히 드러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눈 결정(체)’이라고 부르는 그것이었다. 아내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 나도 살펴보았다. 흐릿한 여러 눈송이 속에서 단 하나 뚜렷한 것이 보였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으며 만들어지는 눈 결정은 지상으로 떨어지는데, 육각형 모양의 분명한 모습으로 남을 확률은 1000분의 1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그들에게는 기적인 셈이다.

     

  알다시피, 눈 결정체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 하나같이 개성적이다. 눈의 결정이 다양한 모습을 하는 것은 생성 당시 수증기압과 온도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윌슨 벤틀리(1865년~1931년)는 만 15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현미경으로 눈 결정을 처음 관찰했고 그로부터 이태 뒤, 당시에는 고가였던 사진기를 갖게 되었는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1885년 만 19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눈 결정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한평생 눈 결정을 연구했고 46년에 걸쳐 5,000점이 넘는 결정체 사진을 남겼다고 한다.      


  벤틀리가 남긴 위대한 업적이라고 한다면 나는, ‘세상에 똑같은 것은 없다’라는 진리를 발견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만약 획일적인 눈송이를 발견했다면 그토록 ‘결정’이라는 것에 빠져들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을 것이다. 제 각자 매력을 가진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꽤 오랫동안 남아있던 그 자리를, 나는 떠나며 생각했다. ‘그럼, 우리 사람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구나.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자세히 보면 인간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거야...”     


  손을 펴 눈송이를 받으니 체온에 금방 녹아버렸다. 하지만, 눈 결정에 대한 인상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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