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13)
내일 떠나요
라고 말하는 당신은
어디에 도착하고 싶은가요
이제 갈게요
라며 손짓하는 그대는
무엇에 닿으려 하는가요
좋아 나쁘든 설령 아프든
우리 마주 보며 한동안
질긴 생활의 범위에 있고
서운한 일 있어도
오늘 만나면 과거 일로 잊어
영영 계속될 것 같이 웃었는데,
가끔 올게요, 정말이에요
라고 약속하는 당신은
누구에게 머무를 생각인가요.
함께, 오래도록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떠났습니다.
우리로부터 파생된 많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처음 만나 좋아하던 날, 싸웠던 일, 서운해 감춰두던 작은 일까지도.
바다를 건너지 않는 이상, 언제라도 가서 만날 수 있겠지만
이제, 보고 싶다고 쉽게 볼 수 있는 사이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 사람 떠나는 길, 건강히 잘 지내고, 꼭 행복해야 한다고 한 번 말해 봅니다.
[알림] 매거진 <시작(詩作)하는 아침>은 약속된 시각(월요일 09시) 외에도, 작가의 기분에 따라 불시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