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다가

시작(15)

행복한 현재를 포착하기란 쉽다

새로운 경험 또는 멋진 모습

더욱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셔터 한 번이면 잘카닥 저장되는

얼마나 좋고 편리한 세상이냐

아름다운 순간이 사라질까

담고 남기려고 너와 나는

웃고 비켜서고 자세를 취해 본다

그 배경 그 사람이라지만

찍으면 찍을수록 달라 보이는

최선의 선택에 안주하기란 쉽다

그러나 무턱대고,

사물에 마음을 주고

풍경에 슬쩍 어울린다거나

너에게 느낌을 묻는 일은 없었다

더러 수십 장씩 쌓이고 쌓이는

잉크 한 점 묻지 않은 메모리

밀리고 밀려 한동안 보지 않을,

방금 찍은 사진은

이제 더는 최신 사진이 아닌 것처럼

찍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기란 쉽다

사진을 찍다가, 그래서

나는 지금 나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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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진을 여러 번 찍다가,

그런 사진도 휴대폰 갤러리 저 구석에 밀린 모습을 얼핏 발견하고는 생각합니다.

모든 게 너무 쉽다고...

차라리 그때의 눈짓과 몸짓, 감상을 기억해 두는 일이 더 이득이지 않았을까 후회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