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14) 김밥을 만들다가
삶이란 긴 오이를
어슷하게 썰어 보자
그 좁다란 통로를
숨 막히게 지나더라도
어느 때가 되면
잔잔히 햇살 드는 부엌
나무 식탁에 앉아
후회나 기쁨의 칼을 들고
과감히 싹둑 잘라 보자
단면은 비스듬히
가장 크게 다듬은 일기다.
소풍을 위한 김밥을 만들려고 재료를 하나하나 준비합니다.
채소를 썰다가 '어슷하게' 자르는 묘미를 발견합니다.
어떻게 칼질을 하느냐에 따라 단면의 크기가 달라짐이 신기합니다.
같은 부피에서 다른 크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생이라는 길고 가느다란 '토막'을 비스듬히 잘라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