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에게 그 액수의 돈이 얼마나 큰지 아는 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너무 빨리 결심을 해 버린 탓이었을까 꼬마는 ‘밸런타인데이’를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날 저녁, 엄마가 아빠를 위한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를 사 왔을 때, 꼬마는 비로소 자신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닥쳤음을 알았다.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당황한 것도 잠시, 꼬마는 집에 막 도착한 달콤한 초콜릿 앞에 조바심은 와르르 무너졌다. 그날 저녁 꼬마는 초콜릿으로 배를 가득 채웠다.
이윽고 꼬마는 귀가해 한 줄짜리 초콜릿을 내 보였다. 하루 전, 엄마가 사 온 그 상표가 눈에 띄었다.
꼬마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여기요. 이거 사 천 원이에요.”
나는 꼬마를 안고 볼에 뽀뽀해 주며 말했다.
“아들, 진짜 고마워. 잘 먹을게.”
그 말을 들은 꼬마는 흐뭇한 표정을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어떤 마음으로 내게 초콜릿을 선물할 결심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꼬마는 그 계획을 세웠고 결국 약속을 지켰다. 같은 돈이라도 그 주인이 갖는 지위나 나이, 경제력 등에 따라 돈의 액면가는 달라진다. 어른에게 4천 원은 푼돈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목돈이 될 수 있다. 그런 계산으로 해 본다면 꼬마의 사랑은 어른의 것과는 크기가 다르다. 4천 원에 0을 더해야지만 꼬마가 초콜릿을 위해 치른 가격이 될 터이다. 값은 4만 원. 또, 꼬마의 사랑에도 그만큼 0을 더해야 한다. 4만 원짜리 사랑! 결코 작지 않은 돈으로, 자신이 소지한 용돈의 전부를 털었을지 모르는 꼬마의 용기와 사랑이 참으로 고맙다. 자기가 가진 큰 것을 바꿔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그런 의미를 꼬마가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