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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진 Feb 16. 2023

4만 원짜리 사랑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꼬마는 며칠 전부터 모아 둔 용돈을 털어 초콜릿을 사겠다고 말했다.

   “1만 원 이하로요…”


  꼬마에게 그 액수의 돈이 얼마나 큰지 아는 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너무 빨리 결심을 해 버린 탓이었을까 꼬마는 ‘밸런타인데이’를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날 저녁, 엄마가 아빠를 위한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를 사 왔을 때, 꼬마는 비로소 자신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닥쳤음을 알았다.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당황한 것도 잠시, 꼬마는 집에 막 도착한 달콤한 초콜릿 앞에 조바심은 와르르 무너졌다. 그날 저녁 꼬마는 초콜릿으로 배를 가득 채웠다.     


  이튿날, 당직 근무로 아빠를 보지 못한 꼬마는 집에 오자마자 내게 말했다.

   “아빠, 어제가 그날이었더라고요. 지나갔지만 오늘 제가 학원 다녀오다가 편의점에 들를 생각이에요.”

  나는 잠자코 꼬마의 말을 듣고 있었다.

   “괜찮죠? 만 원 이하로 살 거예요.”

  나는 그 여전한 계획과 액수에  놀랐다.

   “아니야, 아들. 천 원짜리로 사 줘도 돼. 작은 걸로 사 와요.”

  꼬마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용돈 지갑을 호주머니에 챙겨서 나갔다.

  이윽고 꼬마는 귀가해 한 줄짜리 초콜릿을 내 보였다. 하루 전, 엄마가 사 온 그 상표가 눈에 띄었다.

꼬마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여기요. 이거 사 천 원이에요.”

  나는 꼬마를 안고 볼에 뽀뽀해 주며 말했다.

   “아들, 진짜 고마워. 잘 먹을게.”

  그 말을 들은 꼬마는 흐뭇한 표정을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어떤 마음으로 내게 초콜릿을 선물할 결심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꼬마는 그 계획을 세웠고 결국 약속을 지켰다. 같은 돈이라도 그 주인이 갖는 지위나 나이, 경제력 등에 따라 돈의 액면가는 달라진다. 어른에게 4천 원은 푼돈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목돈이 될 수 있다. 그런 계산으로 해 본다면 꼬마의 사랑은 어른의 것과는 크기가 다르다. 4천 원에 0을 더해야지만 꼬마가 초콜릿을 위해 치른 가격이 될 터이다. 값은 4만 원. 또, 꼬마의 사랑에도 그만큼 0을 더해야 한다. 4만 원짜리 사랑! 결코 작지 않은 돈으로, 자신이 소지한 용돈의 전부를 털었을지 모르는 꼬마의 용기와 사랑이 참으로 고맙다. 자기가 가진 큰 것을 바꿔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그런 의미를 꼬마가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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