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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Sep 04. 2023

10 안착 완료

박사 과정의 시작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안착한다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그 과정이 쉽든 어렵든 모두 그 자체로 낯선 일이이게 그렇다. 어학당을 다니면서 그 일의 완성도야 어떻든 나는 적응했고 안착했다. 


수많은 일들 여기에 다 쓰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고 나니 지원했던 대학원 입학이  다가왔다. 또 다른 적응이 필요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원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 역시 온라인 수업으로 대학원 박사 과정을 다니게 되었다.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렇게 비대면으로 박사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 가지 생각이 엇갈렸다. 뭐 어쨌든 과정은 시작되었고 시작된 이상 끝까지 달릴 각오로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다.


나는 국문과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다른 학과를 선택했고 그 선택이 두고두고 나에게 미련을 갖게 했던 터라 이 과정은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일이기도 했다. 전공이 조금 다르지만 나는 설레었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대학교 도서관을 갈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이 가장 좋았다.


누군가 내게 "공부 왜 계속하시는 거예요?"라는 물음에 "전 학생 신분이 좋아요."라고 대답했었다. 진짜다. 나는 내가 계속 학생 신분으로 도서관에 가고 학교 구내식당을 가서 밥을 먹는 일이 좋다. 이게 다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그만큼 학교 안에서 생활하는 게 편하다는 뜻이다.


수강신청을 하고 나니 일주일에 두 번은 수업을 들어야 했고 과제와 발표 차례도 빠르게 돌아왔다. 준비하고 발표하면 다시 발표 준비 또 발표... 지금도 대학원생들 모두 겪는 일이고 이게 다 공부지만 직업을 병행하면서 대학원 다니는 일은 생각한 것보다 체력이 많이 필요했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쭉 유지된다는 뜻이다.


발표 논문의 주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은 현재 관심 있는 것이라 이를 위해 논문을 찾고 발표 준비를 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그 주제 범위를 교수님들이 각자의 재량에 맡기셔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교수님들의 피드백을 받다 보면 생각의 관점이 이리 다를 수 있구나 뭐 그런 생각도 들고 내가 무엇을 간과했는지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학자의 길을 가는 것은 무언가 다듬어져 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zoom으로 수업은 진행되었고 그때 zoom 앞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네 시간씩 어떻게 수업을 받았지? 기특하다는 생각과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역시 사람은 자신이 그 상황이 되어봐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학생 신분이 되어 보는 것,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꼭 해봐야 할 것 같다. 내가 해보니 이런 과정이 필요하고 학생의 입장에서 나를 관찰자 시점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강의를 듣는데 강사가 자꾸 " 아니 이걸 이렇게 하시면, 하 지금까지 이야기했는데,,," 이러니 나 역시 기분이 많이 상했다. 본인은 전문가고 나는 처음 배워서 당연한 건데 또 재능이 없는 건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안 좋았다. 


혹여 나도 이런 적이 없었나 되짚어보게 되었다. 칭찬은 많이 무안 주지 않고 격려하는 것은 어렵지만 교수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외국인 학생이 강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은 우리가 말하면 우리 발음이 이상하다고 웃지 않았어요. 진심을 다해 교정해 주시고 도와주셨어요." 이 말은 다른 강사분들을 웃거나 (자신도 모르게) 지적했을 수도 있었으니 저렇게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풋" 그래서 지금도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웃지 않고 기분 좋게 테 나지 않게 도와주었어야 했는데,,, 신입 강사는 그러지를 못했다. 


지금은 간혹 질문에 답을 맞지 않게 해도 그 학생이 무안하지 않게 답변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내가 학생의 입장에서 겪어보니 안 좋았던 것들을 반영한 행동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지식과 동시에 대하는 방식에 대한 경험을 하고 있다.


강사가 학생이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대학원 생활은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논문만 아니면 진짜 모두 다 진행형으로 흘러가도 되는데. 그 끝에는 논문이 남아 있었다. 처음 입학할 때부터 나는 외국으로의 취업을 염두에 두고 논문 주제를 탐색 중이었다. 그래서 늘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 학기가 끝나니 성적이 나왔고 바로 지도 교수님을 컨택하라는 공지가 떴다. 성적은 잘 나왔고 지도 교수님 선택은 여러 가지 고민이 되었다. 지도 논문 수가 많은 교수님들은 정년을 앞두고 계셨고 지도 논문이 적은 교수님들은 쉽게 제자를 받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제를 하기에 적합한 전공 교수님을 컨택하자니 또 걸리는 게 있고 이 모든 게 교수님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나에게는 어렵고 고민되는 일들 투성이었다. 내가 선택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지만 일단은 진행하려면 정하고 부탁 말씀을 드리는 것이 순서이기에 이때 고민이 깊었다.


다행히 교수님이 어렵게 결정해 주셨고 받아주셔서 세부 주제를 정하고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동기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는 혼자 긴 레이스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혼자서 이 길을 생각만 해도 아찔했지만 뒤를 돌아보거나 주저할 틈이 없었다.


우선본격적인 논문 자격 준비를 해야 했다. 학술지 논문을 통과하고 외국어 시험도 봐야 했다. 이제 진짜 시작되었다. 멈출 수 없는 과정이...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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