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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Sep 14. 2023

11 부족한 시간

한국어교육 박사 과정

무언가를 시작하면 앞도 뒤도 옆도 보지 않는 성격을 가진 덕에 나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는 정말 초를 쪼개어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절은 나의 인생의 가장 큰 업적을 만들었다기보다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어느 순간도 부지런히 열심히 살지 않았던 적은 없었지만 매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았던 이 시절은 다시 생각해도 이보다 더 열심히는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사 과정과 한국어 강사를 같이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논문의 완성을 위해서는 현업에 있어야 하는 일의 특성상 다른 선택은 없었다.


아주 가끔은 대학원만 다닌다면 어떨까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설문과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두 학교 이상 근무해서 유학생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기에 일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은 학술지였다. 학술지 논문의 통과 여부가 중요했다. 이다음부터 자격이 주어지기에 이것을 통과한 후에야 논문을 쓸 수 있기에 제일 먼저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도 교수님과도 이것이 끝나야 본논문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주제를 찾기보다는 석사 논문의 주제를 더 확장하여 다른 시각으로 설문을 구성하고 이를 자료화했다. 이때 학자의 길을 가는 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논문을 투고한다고 바로 통과나 재심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 게재 불가를 받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 과정이 힘들었기에 서럽고 겁이 났다.


나에게 맞지 않은 길인가 뭐 이런 생각에 불편하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 나중에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계셨다는 말만 안 하셨을 뿐.


그리고 또 다음 날부터 다시 수정하기 시작했다. 울다가 다시 수정하고 밥 먹고 커피도 마시고... 웃긴 게 시간은 잘도 갔고 상처는 아물었다. 아무에게도 이런 과정은 말도 못 하고 오직 남편만이 나를 위로하고 나의 스트레스를 받아주던 그 시절 그래서 나의 박사 지분의 반은 남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심사평을 반영하여 수정한 후에  다른 학회지에 기고했는데  심사 내용을 보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내가 볼 때는 말이 된 것 같았는데 교수님들의 피드백을 보니 허술하기가,,, 그래서 놀랐다. 한 문장으로 요약된 심사평에 핵심이 들어있었는데 그걸 읽는 순가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역시 대단하신 분들이시다.  본인들 전문 분야가 아닌데도 핵심이 무엇인지 아시는 듯. 세 분의 교수님 중 정말 디테일하게 첨삭하신 분 (내용, 형식, 글의 구조까지), 구성에 대해서만 언급하신 분, 그리고 대충 둥글려서 적어 놓으셔서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이해가 안 되어 다시 묻고 싶은 문장을 적어 놓으신 분


모두 다른 평을 내놓으셨다. 하지만 결국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내 논문의 약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걸 곰곰이 다각도로 생각하다 보니 공부가 되었고 다른 시각으로 나의 논문을 바라보게 되었다. 후에 학술지 기고 때는 내가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논문 심사 때처럼 나를 객관화해 보면서 글을 수정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몇 번만에  통과가 되어 수정까지 잘 마무리하였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매번 하시는 분들 너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혹 이 과정을 가는 분이 계시다면 공부라고 여기시면서 조바심 내지 마시라고 전해드리고 싶다.


그러고 보면 무슨 일이든 그 끝은 반드시 있다는 거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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