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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Aug 29. 2023

09 대학 어학당 담임

담임 강사

첫 학기의 초급 학생들은 예뻤고 착했다.(원래 초급은 착하고 예쁘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주로 베트남 학생들이었고 모두 흥이 넘쳤다.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존재들! 나의 첫 학생들과의 만남은 지금도 기억에 진하게 남아있다. 


인사하고 나니 나에게 꽂힌 그 많은 눈들 설레면서도 긴장되었던 순간이었다. 아이폰 사진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추천 사진으로 보일 때면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진중해진다. 그때의 그 기분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매일 4시간씩 수업을 했고 집에 가서는 또 다음날 수업을 준비했다. 수업 준비가 만족스럽든 만족스럽지 않든 수업을 하기 바빴다. 그냥 달릴 뿐이었다. 어학당에 들어왔다는 안도감보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그리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불안함도 컸다. 이때는 거의 저녁에 퇴근을 했다. 학교에 남아 있는 게 일상이었다.


담임이라 일도 많았고 수업 준비도 벅찼다. 시험 문제 출제, 학생 관련 조사와 서명, 공지 등이 수시로 있었다. 정신없이 했던 일들 그래서 지금도 담임 일을 하면서 수업을 병행하시는 한국어 강사님들을 정말 존경한다. 


일 년 정도 담임을 하면서 조금 지쳤던 것 같다. 중요한 공지를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 내가 놓치면 다른 선생님에게 일이 전가된다는 미안함,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늘 조마조마했던 불안함 이 모든 것에  적응하는 것 같았지만 조금은 지쳐갔었던 것 같다.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하고는 있었지만 긴장의 연속이라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날도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출근을 하지 않아도 나는 그 일속에 있었다. 일을 잘하고 싶은 게 아닌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현장에 이와 같은 마음으로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듯싶다.


그리고 2번의 중간, 기말 시험 출제와 수정, 급별 회의 등이 있다. 지금은 시험 출제도 점점 없어지는 추세로 문제은행식으로 많은 학교들이 바뀌고 있다. 학교마다 조금씩 일들이 다르기도 해서 간혹 채용 공지가 올라오면 선생님들끼리 서로 알고 있는 학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담임 강사는 그 반의 전체 학생들의 상담과 성적, 수업 태도 등을 총괄한다. 담임 수당을 별도로 주는 곳도 있고 담임 강사 시간당 페이가 일반 강사와 다르게 책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 역할에 대한 보수는 지급되기는 한다.


나름대로 학교도 담임에게 그 부분을 인정해 주고 보상해 준다. 신입 강사에게는 담임을 잘 주지 않는 학교도 있고 담임이 부족하면 신입에게도 주는 학교도 있다. 일반 강사보다 일이 많은 건 당연하다.


담임 강사가 주로 하는 일은 학생 상담과 출석 정리, 시험 문제 출제, 채점, 행정 공지 등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아, 그리고 문화 체험도 동행해야 하는데 학기에 한 번씩 외부 일정에 담임 강사 또는 그날 수업 강사가 따라가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은 학교마다 비슷할 것이다.


한 학교에 있으면 일정이 반복되어 내용이 다 파악이 되지만 두 학교 이상을 다니는 강사는 각 학교의 처리 방식을 따로 숙지하여야 한다. 각 학교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정말 다 다르다. 각 학교의 일정도 행정 처리도 진도도 시험 방식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다른 학교에 갈 때마다 그 학교의 방식을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요일에 따라 나가는 곳이 다르니 각 요일에 나는 다시 세팅된다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그래도 잘 적응해 갔고 학생들 얼굴을 보면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중급 학생들과는 다른 풋풋함이 초급 학생들에게는 있었다. 간혹 지금도 예의가 없거나 말이 예쁘지 않은 학생들을 만나면 속이 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교육자이며 선입견을 갖지 않고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계속 학생들이 내 눈에 예뻤으면,  예쁘기를 바란다. 내가 이 길을 계속 가는 동안 쭉~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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