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샘 Aug 19. 2023

08 대학 어학당 수업의 시작

온라인 수업의 시작

외국어 교육에서 문법은 학습자에게나 교수자에게 모두 어려운 영역이다. 학습자에게는 당연히 어렵겠지 만 교수자에게도 어렵다.


왜냐하면 교수자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지에 대해 많은 시간과 경험을 쏟아부어야 하기에 그것을 안 다고 해서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과도 같은 영역이다.


지금도 이 문법 영역은 나에게 고민이다. 학습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쉽고 심플하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하고 있다.


언젠가 유퀴즈에 나왔던 일타 강사의 말에 공감한 적이 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게 아니고 교재의 그 부분을 계속 다시 보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교재 분석을 하는 게 제 일이에요." 맞다. 바로 이거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거!!!  그전에는 몰랐다. 알면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업 자료를 한 번 만들면 계속 사용하는 거 아니냐는 지인의 질문에 "아니요. 생각도 교수법도 경험하면서 달라져서 그래서 늘 수업을 마치고 그날 수업 자료는 다시 수정과 보완을 반드시 해요."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이때는 수업 준비가 그냥 교재와 답, 간단한 보충 설명이 다인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어학당 초급 수업에서 이렇게 진행했는데 모든 처음이 그렇듯이 이것 역시 생각해 보면 참 부끄럽다.


그때 그 처음의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이런 이야기는 같은 한국어 선생님도 자주 하시는 말씀이시다.)


그래서 한국어 학습자들도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 흥미를 가질 수도 있는 계기가 바로 선생님이다.


코로나 시절이 시작되면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문법 수업은 어쩌면 온라인 수업이 더 쉬웠을 수도 있었겠다.


대면 수업에서는 학습자들의 눈빛에서 이 문법을 이해했나 확인할 수 있고 질문도 테스트도 모두 가능하지만 온라인 줌안에서는 이것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놓치기도 하고 확인하지 못한 채 수업이 진행되었던 것 같다. (이제와 보니 이런 생각들이 든다. 미안했다. 나의 학생들)


수업 자료 준비는 훨씬 까다로워졌고 시간도 더 필요해졌다. 눈을 보면 확인할 간단한 것도 모두 자료를 만들어 제공하고 그것을 위해 또 자료를 더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의 실효성은 확인하지 못한 채 수업은 진행되었다.


시험도 온라인으로 모든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혼란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새내기 한국어 교사는 그전의 수업의 스킬도 익히기도 전에 온라인 수업을 익혀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하지만 모든 교사에게 닥친 새로운 수업 방식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다. 왜냐하면 나는 컴퓨터활용능력이 있었다.  좋아하는 콘텐츠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할 기회가 온 것이다. 처음에는 수업 방식이 혼란스럽다가 나는 점점 그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퀴즈도 해보고 파워포인트의 가독성을 높이기도 하고 다른 영어 교육 콘텐츠를 보면서 활용해 보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테스트해 보기도 했다.


시간이 있을 때는 그때 막 쏟아져 나온 콘텐츠 관련 논문들을 읽고 그 안에서 활용되었던 것들을 실제 실행해 보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아는 후배님과 서로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과 테스트를 해보면서 그 활용 방법을 익히기도 하고 해보고 나서의 활용도에 관한 의견도 나눴던 것 같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위기였을 테지만 우리처럼 초보에게는 기회가 열렸던 시기였다.


이때 초등학교 교사분들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당시 유튜브에서 초등교사분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그분들의 활용 노하우와 후기는 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젊은 남자 교사분들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감사하게 활용했다.


초등교사분들 중에서 컴퓨터 능력이 좋은 분들이 이때빛을 발하셨다. 그분들은 준비된 자들이었다. 그들이 리더가 되어 온라인 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만드셨다.


그것을 한국어 교육에서도 활용했고 그때 알았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의 능력은 미리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꼈다.


따라가는 자가 아닌 따라올 수 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지금도 내가 깊이 새기고 있는 부분이다.


문법을 가르친다는 게 그때는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몰랐다. 이 문법은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내게 정말 어렵다.


처음에는 그냥 가르쳤던 문법인데 이제야 뭔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보이고 학습자들의 질문을 통해 이게 헷갈리는구나 이런 식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취미로 일본어를 독학하면서 나는 학습자들의 입장이 되어 본다. 그러니 보이는 것들이 많다. 나는 그때 누구의 입장으로 문법을 가르쳤던 것인가!


외국어 하나를 배우면서 한국어를 가르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학습자가 되어 보니 정말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도대체 이 문법을 언제 사용하는 거지?


이 두 문법은 어떻게 다는 거지? 이런 질문들이 불쑥불쑥 생긴다. 아마 한국어 학습자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나는 문법 수업에서 가독성과 활용성에 초점을 두고 가르친다.


언제 사용하는가?

주로 사용하는 문법과 결합하는 문형은 무엇인가?

유사한 문법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반드시 구분하여 설명한다. 처음에는 "이 문법은 목적을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이 문법을 사용하면 돼요."라고 했던 것을 조금 더 세분화하고 학습자들이 심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가르친다. 내가 정리가 되어야 학습자도 정리가 된다. 가르치는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처음에는 열정이 있는 한국어 선생님이 제일이지 않나요? 되물었던 신입 선생님은 이제 안 되는 이유를 분명히 안다. 이 분야는 열정이 아닌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분야에서 10년이 넘은 선생님들의 노하우와 경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는 내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그분들의 실력을 존경한다.


온라인 수업을 2년 이상을 진행했고 모든 수업 자료는 온라인 수업에 적합하게 정리되었다.(이 수업 준비도 힘들었는데 또 대면이 되니 수정이 필수다! 끝이 없는 수업 준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슬라이드 숨기기 기능을 활용해서 보여 줄 것과 보여주지 않을 것을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모두 세팅하고 있다. 이제 나도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부족하다.


문법 수업을 완벽하게 한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은 수업을 들은 학습자들이 그 문법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때다. 나는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가? 나에게 수없이 묻는다.


"오늘 수업은 어땠어?"

"글쎄......"


---다음


















작가의 이전글 07 대학 어학당 합격 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