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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Aug 05. 2023

07 대학 어학당 합격 소식

예비 학문 목적의 학습자들과의 만남

다문화 센터 수업을 하면서도 수시로 대학교 어학당 공고에 지원하였지만 대학 어학당 진입은 진짜 쉽지 않았다. 교육 경력이 없는 나를 받아주지 않았기에 많이 풀이 죽었고 이러다가는 대학 어학당 근처도 못 가고 주저앉는 거 아닌가 뭐 이런저런 생각들로 내심 불안하고 초초했던 시절이었다.


혹 지금 그때의 나처럼 불안한 이 길을 걷는 분들이 계시다면 감히 말씀드린다. 초조해하지 마시라! 준비하면서 기다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취업이 안 된 입장에서는 이런 위로가 전혀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도전하니 길은 열린다는 것을 나는 체험상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여러 번 두드리다가 (실은 이때 강원도나 제주도 뭐 이런 곳까지 가서 지낼까 이런 생각도 했었다. 지리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웃픈 현실을 느꼈던 과거의 나는 나약한 취준생이었다) 그리고 한 대학 어학당의 1차 서류 통과 결과를 받고 얼마나 기뻤던지 모든 과정이 한 스텝씩 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인생은 절대 나에게 쉽게 던져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진짜 한 단계, 한 단계 이 길을 가는 느낌이었다. 나의 인생은 늘 그렇듯이 공짜가 없었고  다른 사람보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이게 조금 억울했고 지금도 조금 억울하다. 


다른 이들은 쉽게 얻어 가는 것도 나에게는 늘 힘든 여정이라 받아들일 만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좀 그렇다. 머 어찌 되었든 이제 시강과 면접을 통과해야 했고 나는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지인들에게도 합격 소식을 말하지도 않고 면접을 준비했다. 떨어질 수도 있으니 그냥 혼자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시강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는 상태로 면접을 준비했다. 누군가 앞서 가는 이가 있었으면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때 나는 아무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었다. 


선배들과 동기들은 모두 이 길을 가지 않고 있었고 다들 나이가 들면 하겠다고 미루고 있던 터라 진짜 나는 앞서 가는 자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이 부서졌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시강은 포인트를 잘 잡아야 했다. 보여줄 부분의 포인트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정했어야 했는데 문법이 아니길 바랐지만 결국은 문법 시강이었다. 현재 대학교 어학당의 면접 시강은 거의 문법 시강이다. 문법 설명에서 면접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


도입에서 판가름 나는 것 같았다. 쉽고 자연스럽게 접근이 필요한데 그때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떨지 않고 대답을 다 했던 것 같다. 좀 어리바리했던 것 같은데 그걸 조금 순수하게 봐주시는 눈빛을 느꼈다. 그래서 생각보다 떨지 않았던 것 같다. 그 후 면접을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기존 강사와의 융합이 가능한가가에 대한 평가가 꽤 중요한 것 같다는 것이다. 


팀티칭의 문제점이 많은 건지 그런 경우 어떻게 할 건지의 질문이 많았다. 항상 대답은 제가 해결하는 편이다라고 대답했는데 그게 내 실제 성격이기도 하지만  불화를 일으키거나 지적질하는 게 감정 소모라고 여기는 편이라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왜 이런 질문이 많을까 하다 생각해 보니 실제 이런 문제와 분쟁이 많이 생기나 보다 추측하게 되었다.


한 클래스를 몇 명의 한국어 강사가 운영하는 팀티칭의 문화가 한국어 수업에는 있다. 팀티칭의 문화가 있어 수업을 다양한 교수법으로 듣는 학생들은 좋을 듯한데 교수법이 상이하고 스타일이 다르면 강사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다. 영역이 분리되지 않아 스타일이 다르면 처리 방식이나 관점이 다를 수도 있어 이 분야는 배려와 이해가 필수이다. 어디든 업무를 같이 하면 문제가 생기는데 이곳은 그냥 일이 아니고 학생들이 중간에 있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합격 전화를 받고 그 전화를 해 주신 행정 담당 여직원에게 얼마나 고맙다고 했는지 모른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분이 당황하셨을 텐데 진짜 축하드린다고 해주셨다. 감정이 격양된 나에게 진심 공감해 주셨다. 그때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고 남편에게 이 소식을 바로 전했다.


남편은 딱 한마디 " 고생했어!" 그 말 딱 한마디면 됐다. 남편은 내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위로해 주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나의 인생이 남편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이럴 때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누가 이만큼 나를 든든하게 할까 싶다. 인정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그냥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나의 파트너.


그리고 OT참석 일정이 문자로 왔는데 다문화센터 수업을 끝내고 가면 후반부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전화해서 신입 오티는 참석 못한다고 했더니 전체 오티 참석은 꼭 하라고 하셔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갔다. 생각보다 신입 강사들이 많았고 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교내 시설 안내도 받았다. 그제야 실감 났다. 진짜 대학 어학당에 왔구나! 이제 드디어 들어왔구나! 진입했구나! 이런 안도감이 들었다.


또 다른 시작이고 도전이지만 그것보다 나의 마음은 핑크빛 설렘만 가득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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